2004년 북미 삼관경주인 켄터키 더비를 우승하며 미국인들에게 희망으로 불렸던 ‘스마티 존스(Smarty Jones)’의 아들인 ‘스마티문학(3세, 수말, 40조 고옥봉 조교사)이 오는 6일 KRA서울경마공원에서 펼쳐지는 제9경주(2000m)에 출전해 1군 강자들을 상대로 4스(에 도전한다. 경주가 열리는 6일은 부마 ‘스마티존스’이 우승했던 미국 켄터키더비가 열리는 날(미국시간으로는 5월 5일이지만 우리시간으로는 6일 새벽)이어서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승률 77.8 %, 현역 수득상금 랭킹 3위(약 3억 9천만 원), 한국경마 3세 최다부담중량 신기록보유(60kg) 등이 말해주듯 완벽한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스마티문학’은 당연히 전문가들이 예상한 우승 후보 0순위다. 올해만 벌써 네 번째 출전, 최정상급 마필치고는 너무 출전 주기가 빠르지 않느냐라는 우려도 있지만 최근 3연승은 그야말로 전력 손실 없이 가볍게 몸 푸듯 여유 승을 거둔데다 마방에서 휴식을 취하면 성격이 거칠어지는 유별난 성격 탓에 어쩔 수 없이 출전을 결정했다고 한다.
스마티문학은 지난해 6월 데뷔전에서 2위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 4연승을 기록하며 경마팬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경주마로서 평생 한 번 찾아오기 힘들다는 2011년 그랑프리(GI)에 출전해 3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1kg라도 부담중량이 적었다면 한국경마 최초로 2세마 그랑프리 우승이라는 새 역사를 썼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 만큼 아쉬운 경기였다는 이야기다.
당시 ‘스마티문학’의 경주전개를 보면 2선에서 선두권의 경주마를 압박하며 경주를 풀어가는 것도 그렇고 마지막 4코너부터 폭발적인 뒷심으로 경쟁자들과의 거리를 벌리는 모습은 마치 아버지 ‘스마티 존스’를 보는 듯했다. 최근에는 상대에 따라 경주내내 출발게이트부터 선두를 내주지 않은 채 1위를 차지하는 전천후 경주마로 성장해가고 있다. 이는 커다란 주폭과 꾸준한 스피드를 유지할 수 있는 파워, 또한 마필이 힘을 써야 할 때를 알고 뛰어주는 영리함을 아버지로부터 고스란히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수 스튜어트 엘리엇과 호흡을 맞춘 ‘스마티존스’는 막판 직선 주로에서 ‘버드스톤’에게 추월당하며 안타깝게 패했다. 벨몬트 경마장은 일순 침묵에 휩싸였고, 관중들은 하나 둘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우승상금 60만달러(약 7억2000만원)와 한 신용카드 회사가 내걸었던 트리플 크라운 보너스 500만달러(약 60억원)도 물거품이 됐다.
아쉽게 벨몬트에서는 우승에 실패하며 삼관마에는 실패했지만 당시 스마티존스은 미국에서는 국민적인 영웅이 되었던 스타경주마였다. ‘스마티존스’는 2003년 두개골이 함몰되는 사고로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다. 후유증을 이기고 ‘스마티존스’가 꿋꿋이 일어나는 모습은 당시 테러와 불황으로 의기소침한 미국인들에게 큰 힘이 됐다.
2004년 스마티존스의 활약은 부마인 ‘일루시브 퀄러티(Elusive Quality)’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다. 스마티존스는 켄터키더비와 프리크니스 우승 등 2004년에만 756만달러의 상금을 획득해 부마인 일루시브퀄리티가 2004년 미국 리딩사이어에 오르는데 큰 공헌을 했다. 그덕에 5만불이던 ‘일루시브 퀄러티’의 교배료는 2005년 10만 달러로 두배가 올랐다.
하지만 시련이 찾아왔다. 스마티존스는 3세까지 경주마로 뛰고 4세부터 씨수말이 되었다. 뛰어난 경주성적과 혈통을 물려받은 스마티존스는 첫해부터 10만불의 교배료를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그러나 화려한 출발과는 달리 스마티존스의 자마들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메이저급무대인 켄터키에서 밀려나 마이너리그라고 할 수 있는 펜실베니아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그러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자마인 ‘스마티문학’이 데뷔하면서 잊혀 질뻔했던 스마티존스를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다. 경주전개방식까지 아버지를 꼭 닮은 엄청난 괴력마 스마티문학은 3세가 된 올해 더욱 가공할만한 능력마로 성장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