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찾는 별들
TV 속, 영화 속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스타들이 팬들을 위해 과감한 외출을 강행하고 있다. 언론 및 방송 관계자를 대상으로만 열리던 현장들이 실시간 생중계되고, 팬들과 함께 일상을 공유하는 색다른 만남도 이어지고 있다. 팬들과 직접 소통에 나선 스타들의 발걸음을 뒤쫓아봤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연예계 무대는 크게 성장했다. 일본, 중국 등 아시아를 넘어 유럽, 남미까지 한류가 확산되면서 국내 스타들의 활동 반경 역시 넓어졌다. 몇 달 씩 해외 활동에 투자하다보니 국내 팬들과의 만남 역시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쯤되면 국내 팬들의 갈증이 심해질 법 한데 상황은 생각처럼 심각하지 않다. 틀을 깨고 팬들에게 다가온 스타들의 적극적인 행보 덕분이다.
영화, 드라마 등 대중문화콘텐츠들은 대중 앞에 선보이기 전 언론 및 관계자들을 위한 선공개 자리를 가진다. 드라마 제작발표회, 영화 제작보고회와 시사회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 자리는 선공개라는 의미처럼 홍보를 위한 장, 관계자들에게만 공개되는 그들만의 잔치였고 대중은 이 현장을 언론 보도를 통해서만 접해왔다.
온라인 시장이 활성화되고 해외 팬덤이 성장하면서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언론을 대상으로 한 선공개 자리에 ‘생중계’라는 시스템이 도입된 것이다. 드라마 제작발표회, 가수들의 쇼케이스 등이 인터넷 방송, 케이블 방송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팬들에게 공개되기 시작했다.
변화의 폭이 가장 컸던 분야는 바로 영화다. 신비주의를 고수하며 예능프로그램 출연조차 꺼려하던 배우들이 직접 관객과의 만남에 나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건축학개론’ ‘은교’ ‘가비’ 등 다양한 작품들이 가요계에 국한되던 쇼케이스를 도입했고, 영화제에서나 만나볼 수 있었던 관객과의 대화(GV·Guest Visit)행사를 열어 눈길을 끌었다.
◇일상 함께 즐기기
최근 걸그룹 포미닛이 팬들과 함께 떡볶이 데이트를 즐겨 눈길을 끌었다. 포미닛은 자신들의 공개방송을 찾아와 응원해준 팬들을 위해 그동안 ‘프리버스’라는 이름으로 무료 셔틀을 운영해왔다. 이날 데이트는 이 셔틀의 노선을 강남권으로 살짝 비틀어 팬들을 위해 포미닛이 떡볶이를 대접하는 자리였다.
일종의 팬미팅이지만 그보다는 소녀들의 허물없는 만남에 가까운 분위기였기에 팬들은 물론 포미닛 멤버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포미닛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 측은 “포미닛 멤버들이 공개방송을 꾸준히 찾아와 주는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어했다”면서 “멤버들의 주도로 미리 장소를 섭외해 팬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메뉴 역시 팬들과 멤버들의 취향을 고려해 선정했다. 소속사는 “공개방송이 끝나면 굉장히 허기가 지는데 그런 팬들에게 간식을 대접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게다가 떡볶이는 소녀들의 간식이지 않나”면서 “또래들과 함께 그런 시간을 보내지 못했던 포미닛 멤버들이 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전했다.
자신만의 핫플레이스에서 팬들과의 만남을 갖는 특별한 데이트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는 ‘소간지’ 소지섭이다. 소지섭이 직접 만든 음료를 마셔볼 기회를 어떤 여성팬이 마다하겠는가. 소지섭이 기획, 운영 등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투썸플레이스 by 51K’는 날고 기는 커피숍이 즐비한 압구정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소지섭은 자신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시음한 이후 ‘소지섭 커피’, ‘유자생강차’ 등 일명 ‘소지섭메뉴’를 출시했다. 이에 더해 매장을 찾아온 팬들에게 자신이 직접 제조한 커피를 서빙하기도 했다. 투썸플레이스 측은 “소지섭 메뉴는 출시 3개월이 채 되기 전에 이미 전체 음료 판매량 중 10%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판매량 1위인 아메리카노는 전체의 35%, 2위 라떼가 15%다.)
물론 스타마케팅의 일환이지만 국내외를 오가며 활동하는 그와 소통을 원하는 팬들 입장에서는 더 없이 좋은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압구정51K의 또다른 매력은 소지섭의 갑작스러운 ‘출몰’이다. 소지섭은 바쁜 일정 틈틈이 매장에 들러 운영 상황을 살피는 한편 대본을 읽는 등 시간을 보내 팬들에게 기대하지 못했던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했다.
스타들이 색다른 만남을 통해 팬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기회를 마련하는 변화의 바람은 ‘시대의 요구’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스킨십’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