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의 경직된 관료주의 문화에 오토노미 직원 25% 떠나…“물고문 받는 것과 같은 느낌”
세계 최대 PC업체 휴렛팩커드(HP)의 영국 소프트웨어업체 오토노미 인수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HP의 경직된 관료주의 문화로 인해 새로운 성장 돌파구로 기대됐던 오토노미 인수가 별다른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한 채 골칫덩이로 전락했다고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앞서 HP는 지난해 8월 103억달러(약 12조2000억원)에 오토노미를 인수했다.
이는 유럽 정보·기술(IT) 기업 인수 사상 최대 규모였다.
HP는 전일 오토노미의 설립자이자 인수 이후 회사의 정보관리 사업을 총괄했던 마이크 린치 부사장이 물러난다고 밝혔다.
린치 부사장은 인수 후에 오토노미의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HP로부터 사임 압력을 받았다고 FT는 전했다.
오토노미가 HP와 합치기 전에 분기 매출은 2억5000만달러였다.
오토노미의 인수 이후 HP의 소프트웨어사업 부문의 전체 매출이 지난 회계 2분기(2~4월)에 전년보다 1억7300만달러 증가하는데 그쳤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오토노미의 매출은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HP 대변인은 “오토노미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지만 약속한 실적을 내기 위해선 다른 리더십을 요구한다”며 마이크 린치가 회사를 떠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오토노미 직원들은 HP의 관료주의가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입장이다.
합병 이후 오토노미 직원 중 4분의 1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회사를 떠났다.
회사를 떠난 한 직원은 “HP가 회사를 인수한 뒤 끊임없는 전화회의와 서류작성 등으로 질식할 것 같았다”면서 “이는 마치 물고문을 받는(being water-boarded) 느낌이었다”고 진저리를 쳤다.
다른 직원은 “HP가 자신들의 판매 프로세스를 따라야 한다고 강요해 지난 분기 판매가 지연됐다”면서 “많은 능력있는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면서 실적을 유지하기도 힘들었다”고 전했다.
멕 휘트먼 HP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9월 취임 당시 오토노미를 독자적으로 운영하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으나 오히려 본사의 간섭과 통제가 더 심해졌다고 F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