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등기, 권리관계 불분명 ‘무조건 포기’…환매등기, 저가에 낙찰땐 차액만큼 이득
대기업에 근무하는 한성호(가명·50) 부장은 어느 날 최저 낙찰가격이 시세 대비 50% 이상 저렴한 아파트를 발견하고 해당 물건의 등기부등본을 열람했다. 확인해 보니‘예고등기’가 된 물건이었다.
‘과연 입찰해도 괜찮을까?’‘예고등기 된 부동산은 거들떠보지 말라던데…’. 이 같은 고민이 한 부장의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주부 윤미라(가명·48)씨도 이와 비슷한 문제로 고민에 빠졌다. 윤씨가 입찰을 고려 중인 부동산에는 ‘환매등기’가 돼 있었다. 윤씨는 이 물건을 낙찰 받을시 불이익은 없을지, 입찰한다면 입찰가로 얼마를 써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아 일단 입찰을 보류해둔 상태다.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열람해 보면 간혹 예고등기나 환매등기가 표기된 물건을 발견할 수 있다. 일반인들은 권리관계가 복잡한 물건을 꺼리는 탓에 이런 등기가 된 물건은 입찰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예고등기와 환매등기의 특성 및 차이점, 입찰 요령에 대해 알아보자.
여기서 권리란 소유권과 소유권 이외 권리 모두 해당된다. 만약, 등기부등본의 갑구에 예고등기가 표기돼 있다면 소유권에 대해서 누군가가 무효나 취소를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한 경우다. 을구에 예고등기가 표기돼 있다면 지상권·지역권·전세권·저당권·근저당권 등의 권리에 대해서 분쟁이 발생해 무효나 취소 소송이 제기되고 있다고 이해하면 된다.
즉, 예고등기가 돼 있는 부동산은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소유자 또는 권리자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섣불리 매입하거나 입찰했다가는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
대부분의 입찰자들은 예고등기가 돼 있는 부동산은 무조건 입찰을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유찰이 많이 되고 최저매각가도 내려가기 마련이다. 실제, 최저매각가가 싸다는 이유로 덥썩 입찰했다가 예고등기가 돼 있음을 나중에 알고 후회하는 사례가 간혹 발생하기도 한다.
일부 경매 전문가들 중에는 예고등기가 있는 경매 부동산만을 분석·연구해 입찰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일반 입찰자의 경우에는 아무리 싼 값에 나온 부동산이라 해도 예고등기가 돼 있다면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경매 고수로 불리는 H씨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물건은 반드시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라며 “자신이 없다면 포기하는 것도 기술이다. 한 번에 대박을 내겠다는 마음가짐부터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기어코 그 물건을 소유해야 겠다면 소송이 끝나는 시점까지 기다려 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 ‘환매등기’ 잘 활용하면 오히려 기회 = 환매란 매도인이 매매계약과 동시에 매수인과의 특약에 의해 환매하는 권리(환매권)을 보류한 경우에 그 환매권을 행사해 매매의 목적물을 다시 사오는것을 말한다.
부동산 실무에서 환매등기(=환매특약등기)는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소유권을 이전해주고 돈을 빌려오는 경우에 쓰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즉, 약정기한 내에 채무자가 돈을 다 갚으면 그 부동산의 소유권을 찾아올 수 있게 해놓은 등기라고 보면 된다.
환매등기가 말소기준권리보다 먼저 설정됐다면 경매에 들어가 매각허가결정이 나더라도 환매권자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 즉 등기부상의 환매권자가 환매 대금을 매수인에게 지급하면 소유권을 이전해줘야 하는 것이다.
일례로 A가 환매대금 4억원에 환매등기가 된 물건을 3억원에 낙찰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환매권자가 환매권을 행사하면 A는 1억원의 이익을 보게 된다. 반면, 환매대금보다 높은 금액에 낙찰을 받는다면 환매대금을 초과하는 금액 만큼의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셈이다. 따라서 입찰자 입장에서는 환매대금보다 적은 금액에 낙찰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환매등기와 관련해 또 하나 명심해야 할 점은 부동산은 5년의 환매 기간이 정해져 있으며 이 기간이 지나면 환매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환매등기 이후 4년7개월이 지난 부동산을 B가 낙찰 받았고, 그로부터 3개월내에 환매권자가 환매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B는 더이상 환매와 관련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경매 고수 H씨는 “환매등기가 된 물건은 충분히 예측이 가능하며 낙찰금액을 통해 리스크를 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예고등기 된 물건에 비해 위험성이 현저하게 적다고 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입찰자들은 환매등기된 물건을 꺼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 점을 잘 활용하면 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