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는 안갯속을 헤매고 있는데 전문가들조차 사태 해법 도출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학자들은 물론 경제·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당국자들 역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시장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중국 상하이 후단대학에서 지난 5월‘2012년 상하이포럼’이 있었다.
300명이 넘는 학자들이 모여 ‘경제의 세계화와 아시아의 선택’이라는 주제로 논문을 발표하고 공개 담론을 펼쳤다.
참석자들의 관심은 유로존 위기의 해법과 미국경제의 회복 여부에 쏠렸다.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포럼에 참여해 언론의 시선을 끌었다.
볼커의 나이는 86세. 키는 2m가 조금 넘는 우람한 체구다.
그는 여전히 세계를 누비면서 적극적인 자문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미국의 통화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볼커는 크루그먼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어느 기자의 물음에 “그의 생각은 틀렸어!”라며 직설적으로 인플레를 통한 성장 정책을 비판했다.
2008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경제회복을 위해 미국은 3~4%의 인플레이션은 불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비슷한 시기에 크루그먼 교수를 인터뷰한 기사를 실었다.
크루그먼은 앞서 그리스가 결국 유로존을 탈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해 프랑스와 독일 지도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기도 했다.
그는 도덕적해이 문제가 있을지라도 당장은 유럽중앙은행이 돈을 풀어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국가들의 고용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볼커는 관련국 간의 저축과 소비행태의 재조정을 해법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크루그먼은 거시정책을 적절히 실행함으로써 인플레와 대량실업 등의 중 단기 문제를 해결하는데 더 심혈을 기울이는 듯하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통화증대 정책인 양적완화(QE)를 그동안 두 차례 시도했다.
가시적인 미국 경기의 회복세가 없어 3차 QE를 실시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그는 크루그먼이 제시한 인플레 목표제는 반대하고 있다.
201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토마스 사전트 뉴욕대 교수는 지난 22일 서울서 열린 금융 컨퍼런스에서 단일 통화를 이용한다고 해서 반드시 재정통합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다.
유로존의 재정통합이 필요하다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의 주장과는 상반된 견해인 셈이다.
글로벌 경제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해법에 대해 세계 석학들은 물론 정치지도자들도 생각이 다르다.
물론 석학과 정치인들의 입장은 다를 수 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이론 중심인 석학들은 주로 숲을 보고 진단하는 경향이 있다.
정책은 사회적 계층에 따라 상반되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국내 또는 역내 계층 간의 정치적 갈등 때문에 정책이 실시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단기 처방과 장기 처방의 내용이 상반되는 경우에는 논쟁만 있고 실천이 없게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유럽과 미국의 경제회복을 위한 정책개발과 실시에 있어 이들이 두 가지를 간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먼저 유로존은 국적을 달리하고 조세정책이 다른 나라들이 모인 곳이어서 협력과 단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회원국의 재정이 고갈되고 국가부도 위기에 처했다고 해서 기꺼이 부채를 탕감하거나 대신 갚아주기를 기대할 수 없는 이유다.
주요국이 유동성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통화당국이 정직하고 실력이 있어야 통화량 증대를 통해 투자는 물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금융당국이 부패하거나 전문성이 부족한 정치적 인물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면 아무리 유동성을 확대해도 생산 증대는커녕 물가만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유로존 위기와 미국경제의 회복을 위해 많은 해법들이 제기되고 일부 실시되고 있으나 약발은 찾기 힘들다.
유로존의 근본적인 설립 배경을 고려하고 금융당국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김인철 성균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