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금융위원장 "대공황 못잖은 충격 올것"vs김중수 한은 총재 "유럽위기 불구 국내경기 성장"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4일 간부회의를 통해 “유럽재정위기가 대공황 이후 가장 큰 경제적 충격을 미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특히 “스페인은 경제규모가 그리스의 5배로 (스페인 위기가 촉발되면)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의 정도는 예상을 초월하고 실물위기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며 ‘경제불안론’을 촉발시켰다.
하지만 8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6월 기준금리 동결 후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국내경기는 미약하나마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낙관론을 펼쳤다. 특히 그는 “유로존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중국과 미국, 다른 신흥국에 비해 낮다”고 밝혀 김 위원장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한 양상을 보였다.
이같은 금융수장들의 시각차에 대해 금융 전문가 5인의 의견 또한 엇갈리고 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김 위원장의 경우 금융시장의 불안을 중점으로 판단했을 공산이 크고 물가 등 실물경제를 들여다본 김 총재는 금융불안이 실물경제로까지 전이되는되는 데 대해 제한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또한 김 위원장의 발언은 유로존의 그리스나 스페인의 극한 상황을 전제로 한 반면 김 총재는 최근 국내산업의 위축세가 진정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것임을 나타낸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창선 LG연구원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의 경우 앞으로 초래할 금융불안을 언급한 것이며 김 총재의 경우 현재 상황에 대한 판단”이라며 견해에 대한 시점차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이재준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실물과 금융경제를 나눠볼 때 양 수장의 주장은 각기 일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경제의 경우 가계부채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야기된다면 심각한 우려를 낳을 수 있지만 경기전반으로 봤을 때는 크게 위축된 양상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명활 금융연구원 실장은 특히 그동안 김 위원장의 경우 유럽재정위기와 관련해서는 강한 어조를 이어왔다며 이는 경계심을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같은 금융수장들의 시각차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전효찬 연구원은 대공황을 언급한 김 위원장의 판단에 대해 “다분히 주관적인 의견이 반영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명활 실장 또한 이같은 발언에 대해 “과장된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가 상호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이상 수장들의 시각차는 향후 가계부채 대응 등과 같은 정책공조에 혼선과 시장의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각 기관의 독자적인 시각은 유지하되 견해차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의견 공유와 수렴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