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아리수정수센터, 폭염 속 비상근무 안간힘…녹조현상 대청호·낙동강으로 확산, 바다선 적조 발생
“녹조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사후 처리보다 사전에 미리 예방할 수 있는 정부정책이 필요하다.”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암사리아리수정수센터의 이재홍 운영과장은 녹조를 예방하기 위해선 여름철을 비롯해 일조량이 많고 계절변화가 많은 시기에 맞춰 예방책을 미리 만들어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일 35도를 웃도는 무더위 속에서 암사아리수정수센터 직원들은 녹조 발생에 따른 한강 수돗물 정화장 관리에 온 힘을 쏟고 있었다. 이 센터에 근무 중인 직원은 공익근무요원을 제외하고 총 98명이다. 그 중 절반은 밤낮으로 교대체제를 갖춰 정수장 현장 관리에 투입되고 있다. 기자가 방문한 7일 한낮에도 이들은 밀짚모자를 쓴 채 정수장을 시도 때도 없이 둘러보고 있었다. 그들은 흐르는 땀을 닦을 여유조차 없었다.
이 센터는 서울 수돗물 공급의 35%를 책임지고 있는 국내에서 가장 큰 정수처리센터다. 서울시민 350만명의 식수를 책임지고 있는 만큼 직원들의 책임감은 커 보였다.
지난달 말부터 지속된 폭염으로 한강 상류지역인 팔당호에는 조류주의보가 내려졌다. 조류주의보는 2회 이상 측정했을 때 모두 조류발생의 원인이 되는 클로로필-a 농도가 15㎎/㎥ 이상이고 남조류의 세포수가 ㎖당 500개 이상이면 발령된다.
팔당호에서 시작된 녹조 현상은 강을 타고 서울 심장을 가르는 한강까지 번졌다. 서울시는 조만간 한강에 대한 조류주의보를 발령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암사를 비롯해 강북, 구의, 자양, 풍납 등 5개 취수원에서 수질을 측정한 결과 3곳이 조류주의보 발령 기준을 초과했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시는 관할 지역내 수돗물 관리에 대한 비상체제로 돌입했다. 또 환경부도 윤종수 차관 주재로 ‘긴급 정수처리 대책회의’를 소집하고 팔당 상수원에 발생한 조류에 대한 정수처리 강화지시를 해당 기관에 내렸다.
그러나 암사아리수센터는 이미 지난 2일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비상근무체제로 돌입했다.
이재홍 과장은 “녹조는 보통 계절이 바뀌면서 수온이 변하는 시기에 자주 발생한다”면서 “올해는 북한강 상류에서 발생해 한강으로 확산된 경우”라고 설명했다.
한강으로 번진 녹조는 강 주변에서 식별이 가능할 정도였다. 기자가 광나루 인근 둔치에서 바라봤을 때 한강 물 색깔은 녹색이었다. 또 강가로 가 강물을 손으로 떠서 냄새를 맡아본 결과 기존의 강물 비린내 보다 흙 냄새와 비슷한 냄새가 났다.
이는 조류에 흙 냄새가 나는 물질을 분비하는 지오스민(geosmin)이 함유돼 있기 때문이라고 이 과장은 설명했다.
그는 “지오스민은 흙과 비슷한 냄새가 난다. 이로 인해 시민들이 수돗물에 악취가 난다고 아리수 음용을 꺼려 한다”고 말했다.
이 센터 직원들은 불안해 하는 시민들의 근심을 덜기 위해 수돗물 정화관리 등에 평소보다 더욱 신경을 곤두세워 근무를 서고 있었다. 직원들은 한강 상수원에서 끌어올린 물에 숯가루인 활성탄을 넣어 녹조류를 없애는 작업을 연일 하고 있다. 활성탄은 강에 서로 응집돼 떠 있는 불순물의 균형을 흐트림과 동시에 이 물질이 활성탄 가루에 응집되게 한 다음 바닥으로 가라 앉게 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녹조는 한번 발생하면 쉽게 없어지지 않아 관리가 어렵다. 일반적으로 오염원차단과 사후관리가 대표적이지만 전자에 대한 뚜렷한 방안은 없다. 게다가 후자도 100%수질을 복구할 수 없다.
즉 상류에서 녹조현상이 사라지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 과장은 “예를 들어 청평댐에서 녹조가 발생해 한강까지 확대되는데 걸리는 기간은 20일 정도다. 이 댐에서 녹조가 감소하고 있다고하면 한강에서 녹조가 줄어드는 현상은 20일 뒤에 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녹조는 햇빛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녹조의 오염원을 미리 예방하기 위해선 일사량을 조절하는 등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 실시할 때”라고 덧붙였다.
활성탄 비용도 문제로 꼽힌다. 암사아리수정수센터는 이번 녹조로 하루 활성탄 투입에만 5000만원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녹조 현상은 한강 외에 대청호와 낙동강에서도 발생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당국들은 녹조 찌꺼기를 건져 올리는 등 확산 방지에 안감힘을 쏟고 있다.
고온현상으로 인해 강의 녹조뿐만 아니라 바다에는 적조현상까지 발생했다.
경남 남해와 거제, 통영, 전남 여수, 고흥 등 남해안에는 적조가 발생해 어업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대부분의 지역은 녹조현상이 사라지거나 줄어들고 있는 반면 국제 엑스포가 열리고 있는 여수 앞바다에서는 적조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여수 바다에선 돌돔 8만6000여마리가 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