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값은 올 여름 가뭄과 폭염으로 산지 출하 물량이 줄어들면서 가격이 급상승했다. 이에 반해 돼지고기는 구제역 이후 사육두수가 급격히 증가하며 공급량이 늘어나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27일 현재 서울시 농수산물공사 가락시장에서 거래되는 상추 4㎏의 도매가격은 2개월 전에 비해 6.1배 오른 7만7591원에 거래됐다. 작년 8월 말과 비교해도 두 배 이상 뛴 가격이다.
반면 돼지고기 도매가격(1등급 1㎏ 기준)은 2개월 전에 비해 5% 하락한 4841원이었다. 작년 비슷한 기간과 비교해도 31.7% 나 떨어졌다.
상추와 돼지고기를 단위 중량 100g으로 환산하면 돼지고기는 484원, 상추는 1939원으로 상추값이 돼지고기값 보다 무려 4배나 비쌌다. 2개월 전에는 돼지고기가 상추에 비해 약 1.6배 정도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자연재해로 인한 수급 불안에 따라 상추가 돼지고기에 비해 비쌌던 때는 간혹 있었지만 이처럼 4배의 가격 차이가 난 건 전례가 없다는 게 유통업계의 인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상추가 올해 가뭄과 폭염으로 생산물량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돼지고기값을 큰 격차로 역전한 건 조금 의아하다”며 “태풍으로 인해 상추값은 더욱 강세를 보일 것 같다”고 말했다.
상추의 고공행진이 계속될 전망인 반면 돼지고기 가격은 사육두수 증가로 인해 하락세가 불가피하다.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지난 6월 돼지 사육두수는 943만 마리로 3월 보다 6.6% 증가했다. 올 하반기 돼지고기 생산량은 지난해 보다 39% 늘어났고, 2010년 보다도 7%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돼지고기 수요도 여름 휴가철이 지나면서 성수기를 넘겨 9월부터는 1kg 당 4000원대 초반대로 낮아질 수 있다. 이런 추세라면 상추와 돼지고기 값은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편 태풍 볼라벤은 상추 외에도 과일과 채소류 등 식탁 물가도 강타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도매로 거래된 애호박 가격은 1kg당 5500원으로 한 달 전 1725 보다 3배 폭등했다. 얼갈이 배추 1.5㎏은 2900원에 거래되며 20% 높게 가격이 형성됐다. 시금치 역시 1㎏ 기준 9750원으로 한달전 5280원보다 값이 2배 가까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