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부안, 그곳에 가면…마음이 편해진다

입력 2012-09-0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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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 추천 '9월의 여행지'

▲부안 변산국립공원에는 내소사로 가는 600m짜리 전나무 숲길이 나 있다. "모든 이 소생하게 하소서", 혜구 두타스님의 기원에 의해 백제 무왕 34년에 창건됐다.
유홍준 교수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2 : 산은 강을 넘지 못하고 - 미완의 여로 1 : 부안 변산’ 도입부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쓰면서 나는 그 일 번지를 놓고 강진과 부안을 여러 번 저울질하였다. 조용하고 조촐한 가운데 우리에게 무한한 마음의 평온을 안겨다주는 저 소중한 아름다움을 끝끝내 지켜준 그 고마움의 뜻을 담은 일 번지의 영광을 그럴 수만 있다면 강진과 부안 모두에게 부여하고 싶었다.”

호남정맥 줄기에서 떨어져 나와 바다를 향해 내달리다 우뚝 멈춰 선 변산, 그 산과 맞닿은 고요한 서해, 전나무 숲길이 깊은 그늘을 만드는 단정한 내소사, 울금바위를 병풍 삼아 아늑하게 들어앉은 개암사, 켜켜이 쌓인 해식 단애가 신비로운 풍경을 연출하는 격포 채석강, 드넓은 곰소염전과 소박하고 평화로운 갯마을의 서정……. 지금도 부안의 자연은 이토록 아름답고 매력적이다. 그리고 그곳엔 아름다운 자연이 낳은 시인, 신석정(1907~1974)의 발자취가 남아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9월 두번째 여행지로 이곳을 추천했다.

▲곰소염전.
석정을 ‘참여시의 반대편에서 목가적이고 서정적인 시를 쓴 시문학파 멤버’ 정도로 알고 있었다면, 부안군 선은리에 지난해 건립된 신석정문학관부터 둘러보자.

석정은 1924년 11월 조선일보에 첫 시 ‘기우는 해’를 발표한 이래 한 세기의 절반을 교육자이자 시인으로 살았다. 시문학 동인으로 활동한 것은 1931년 시문학 3호(이자 마지막 호가 된)에 ‘선물’이라는 시를 게재하면서부터다. 이때 한용운, 이광수, 정지용, 김기림 등과 교류하며 문학적으로 성장한다. 하지만 그 해 서울 생활을 접고 낙향해 선은리에 집을 짓고, 전주로 이사하기까지 이곳에서 살았다. ‘청구원(靑丘園)’이라고 직접 명명한 이 집은 문학관 맞은편에 복원되었다. 첫 시집 《촛불》(1939)과 두 번째 시집 《슬픈 목가》(1947)가 이 집에서 탄생했다.

석정은 해방 이후 부안, 전주, 김제 등에서 교직에 몸담으며 시집 세 권을 더 냈고, 한국전쟁이 끝나고 청구원 시대를 마감하고 전주로 이사해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곳에서 살았다.

▲모항 갯벌.
석정의 묘소는 문학관에서 10~15분 거리인 행안면 역리에 위치한다. 관광 안내 지도에 나와 있지 않아 문학관 관계자에게 물으니 내비게이터에 ‘용화사’를 찍고 가면 된단다. 찾기는 어렵지 않다. 도로변에 이정표가 있고, 묘소로 들어가는 마을 초입 벽에는 데뷔작 〈기우는 해〉와 병상에서 마지막으로 쓴 〈가슴에 지는 낙화 소리〉 시화가 있다.

신석정문학관에서 시작한 부안 문학 기행의 다음 목적지는 매창공원이다. 매창이 누구인가. 석정이 “박연폭포, 황진이, 서경덕이 송도삼절이라면 부안삼절은 직소폭포, 매창, 유희경”이라 했다는 그 기생이자 여류 시인 이매창이다. ‘이화우(梨花雨)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 추풍낙엽에 저도 날 생각는가……’로 시작되는 이별가의 절창 〈이화우〉는 매창이 유희경을 그리며 쓴 시로, 그 시비가 매창공원에 있다. 오랜 세월 깊은 우정을 나눈 허균이 매창의 죽음을 전해 듣고 쓴 애도의 시와 가람 이병기가 매창의 무덤을 찾아 읊었다는 〈매창뜸〉도 시비로 남아 있다.

▲모항해변 산책로.
다음은 시인을 키워낸 부안의 자연을 만날 차례다. 30번 국도를 따라 서쪽으로 달리다 보면 고사포해수욕장이 보일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국도를 버리고 해변 도로 표지판을 따라가자. 모세의 기적처럼 바다가 갈라지며 육지와 연결되는 하섬, 해안을 따라 1.5km 정도 이어지는 변산반도국립공원 격포 자연관찰로, 적벽강, 채석강 등이 차례로 이어지고, 유홍준 교수가 환상의 해안 드라이브 코스라고 칭찬한 ‘격포에서 모항 지나 내소사를 거쳐 곰소로 가는 길’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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