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타’의 수상은 이미 예견돼 있었다. 베니스 영화제는 지난달 29일 개막했지만 ‘피에타’의 첫 공식 상영은 영화제 후반부인 4일에 열렸다. 또한 언론 대상 시사회는 하루 전인 3일 열렸다. 언론 시사회 뒤 ‘피에타’는 외신들로부터 가장 강력한 황금사자상 후보로 거론돼 왔다.
언론시사회 뒤 10여분간의 기립박수가 터졌다. 해외 영화제 관례로 여겨졌다. 지난 5월 열린 칸 영화제 당시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 역시 이 같은 기립 박수에 고무된 바 있다. 외신들은 수상 청신호로 해석했지만, 국내 언론은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현지 언론과 외신들은 앞 다퉈 ‘피에타’를 극찬했다. 美 영화 전문지 ‘할리우드 리포터’는 ‘충격적인 결말을 본 심사위원들이 황금사자상을 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피에타’를 가장 강력한 ‘황금사자상’ 후보로 지목했다. 로이터 통신은 “잔인하고도 아름다운 대한민국의 영화 ’피에타‘가 베니스를 뒤흔들다”란 제목의 기사를 냈다.
현지 평론가들의 별점도 거의 만점에 가까웠다. 외신들의 평가와 달리 국제영화제의 경우 평론가들의 평가는 상반돼 왔다. 하지만 ‘피에타’의 경우 5점 만점에 4.5점이란 점수를 받으며 수상을 기정사실화 했다.
영화제 일일 소식지 ‘베네치아 뉴스’는 영향력 있는 영화 평론가 23명을 상대로 한 설문 조사에서 ‘피에타’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고 그 뒤를 폴 토머스 앤더슨의 ‘더 마스터’가 따랐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극찬은 본상 수상 직전 ‘피에타’에 3관왕을 수여했다. 이탈리아 18세~19세 관객들이 뽑은 ‘젊은 비평가상’, 이탈리아 온라인 영화매체 기자들이 뽑은 ‘골든 마우스상’, 이탈리아 유명 작가를 기리는 ‘나자레노 타데이상’ 등이 ‘피에타’에게 돌아갔다.
김 감독에게 호의적이었던 알베르토 바르베라 집행위원장의 복귀도 청신호였다. 바르베라는 2000년 김 감독의 ‘섬’을 영화제에 초청해 세계에 ‘김기덕’이란 이름을 알린 인물이다. 또한 이듬해 ‘수취인불명’을 다시 초청했다. 그는 이탈리아 현지에서 김기덕 특별전을 직접 기획할 정도로 김 감독에게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었다.
수상 직후 알려진 미국의 영화 감독 마이클 만 심사위원장의 선택도 한 몫했다. 만 심사위원장은 ‘피에타’의 황금사자상 후보를 직접 선택한 인물이다.
김 감독은 2004년엔 ‘사마리아’로 베를린 국제영화제 은곰상(감독상), 같은 해 ‘빈집’으로 베니스 국제영화제 은사자상(감독상), 지난해 ‘아리랑’으로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받으며 3대 영화제 본상 수상 감독이란 타이틀을 얻었고, 8년 만인 올해 드디어 한국영화 감독으론 처음이자 3대 영화제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베니스영화제 최고 영예를 거머쥐는 영광을 안으며 명실공이 세계적인 거장 반열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