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민의 골프區 경제洞] 여행수지 적자와 원정골프

입력 2012-11-0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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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억8000만 달러.

지난달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2년 9월 국제수지’의 여행수지 적자액이다.

9월 경상수지는 60억7000만 달러로 지난 8월(25억 달러)보다 35억7000만 달러 증가했지만 여행수지 적자는 피하지 못했다. 여행수지 적자 폭은 지난해 같은 달(-2억6000만 달러)보다 -2억2000만 달러나 늘어났다.

드라마와 K팝 등 한류 열풍으로 인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반전을 기대했지만 여행수지 흑자는 아직도 먼 나라 이야기다.

여행수지 적자의 주범으로 어학연수와 해외여행 등이 손꼽히지만 원정 골프도 빼놓을 수 없다. 패키지여행 및 개별여행보다 현지 지출 비용과 개개인의 씀씀이가 크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골프장 공급이 늘어나면서 골프장 간 생존 경쟁이 심화되고 있지만 원정골프를 위해 해외로 떠나는 골퍼들은 줄지 않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국내 골프장이 휴장하는 12월에서 2월 사이 따뜻한 동남아 등으로 원정골프를 떠난다. 태국, 필리핀이 대표적으로 18~36홀 라운드 후 마사지를 받거나 시내에서 쇼핑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중에는 골프보다 향응과 접대가 목적인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처럼 해외 원정골프를 통해 지출되는 비용은 여행수지 적자 폭에 차근차근 누적되고 있다. 따라서 원정골프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많다. 조금만 부지런하면 얼마든지 저렴한 비용에 라운드를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해외로 나가야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외 원정골프를 즐기는 골퍼들은 국익을 저해하는 주범일까?

우리나라 골프장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국내 골프장에서 한 번이라도 라운드 경험이 있는 외국인들은 아름다운 코스와 깔끔한 시설에 감탄사를 연발한다. 그러나 다시 오겠느냐는 질문에는 답변을 꺼려한다. 지나치게 비싼 요금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특히 8~10만원이나 하는 캐디피에는 난색이다.

대한민국은 둘 째 가라면 서운할 골프 강국이다. 아시안게임에 나갔다하면 금메달을 휩쓸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는 상금랭킹 1위를 점령하고 있다. 게다가 남녀 모두 메이저대회 챔피언을 배출했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메달 획득이 유력하다.

우리 선수들이 일군 성과는 척박한 자갈밭에 핀 장미꽃에 비유해도 결코 과하지 않다. 국민들의 성원도 뜨겁다. 금메달리스트 및 메이저챔프에 오른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다. 당장이라도 골프가 대중화 될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그러나 일반 아마추어 골퍼들의 현실은 냉혹하기만 하다. 어느 골프장이든 의무적으로 전동카트를 타야하고, 손님은 캐디 선택 권한이 없으며, 한 번 라운드 할 때마다 ‘세금폭탄’을 맞아야 한다. 주말에는 팀당 최소 100만원을 지불하며 라운드 하고 있다.

다시 해외로 나가보자. 주말에 지불했던 100만원이면 동남아 왕복항공료에 숙박, 식사, 매일 36홀 그린피, 캐디피, 전동카트까지 전부 포함해서 3박5일 여행이 가능하다. 게다가 세상 어디에도 없는 황제골프를 즐길 수 있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원정골프는 여행수지 적자의 주범이 맞다. 그러나 원인이 있기에 결과도 있다. 원정골프를 주범으로 몰아세운다고 해서 여행수지 적자 폭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골프장 환경개선과 인프라 구축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있어야 골프대중화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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