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문재인·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는 21일 TV토론에서 신경전을 이어가며 비교우위를 강조하는 전략을 썼다. 이날 밤 11시 서울 효창공원 백범기념관에서 실시된 후보 단일화를 위한 TV토론에서다.
두 후보는 ‘경쟁적 협력관계’ 라는 점을 염두에 둔 듯 상대방에 대한 직접적 비난은 삼갔지만 일부 이견을 보이는 정치, 경제 등 정책 등을 놓곤 목소리를 높이면서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지지부진 룰 협상 “만나자” 담판 합의 = 문 후보는 TV토론이 열리기 한 시간 전 결렬된 단일화 룰 협상과 관련 “단일화 협상이 지지부진한데 내일 당장이라도 만나자”고 먼저 제안했다.
안 후보는 “그렇게 하면 좋겠다”면서 “많은 분들이 답답해하신다. 같이 만나고 좋은 방안을 도출하면 좋겠다”면서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에 따라 22일 두 후보 간 담판 형식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룰 협상을 풀 것으로 보인다.
두 후보는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설문 문항을 강조하면서 초반 기싸움을 벌였다. 문 후보는 “정권교체 바라는 그 국민들로부터 누가 더 많이 지지받느냐가 단일화의 기준이 돼야 하지 않나”라며 지지도와 적합도를 강조했다.
반면 안 후보는 “마지막 투표 순간에 박 후보와 야권 단일후보가 있을 때 누구에게 표를 보내느냐가 현장을 잘 반영한다고 생각한다”며 양자 가상대결 조사 방식을 언급했다.
룰 협상 파행 책임을 놓고도 신경전이 이어졌다. 문 후보가 “처음 주장한 것에서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안 후보의)재량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하자 안 후보는 “처음 제안에서 물러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적극 맞섰다.
토론 말미 문 후보는 “안 후보가 처음 주장한 바에 대해 양보를 하지 않고 승부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고도 했다.
◇경제정책 놓고 날선 공방 = 문 후보는 재벌개혁과 관련 “(안 후보는)신규 순환출자만 금지하고 기존의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재벌이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면서 “이런 방식으로 경제 민주화를 할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후보는 “경제민주화를 위한 경제민주화가 돼서는 안 된다”며 “국민 한 사람 한사람이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게 하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목적”이라고 반박했다.
문 후보는 안 후보가 공약으로 내놓은 ‘계열분리명령제’에 대해 “아무 실효성이 없으면서 국민들에게는 재벌 해체라는 과격한 인상 주고 있다”고 비판했고, 안 후보는 “내가 말한 계열분리명령제는 ‘삼성전자에서 빵집 하지 말자’라는 것이고 분리해도 국민적 동의를 얻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공격을 받던 안 후보는 문 후보의 노무현정부 시절 국정운영 경험을 고리로 역공에 나섰다. 안 후보는 “문 후보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있을 때 법인세가 2%인하됐고, 2007년에는 출자총액제한제가 유명무실해졌다”고 노무현정부의 경제정책을 지적했다.
그러자 문 후보는 “법인세 인하는 그 당시 신자유주의의 조류 속에서 전 세계적으로 법인세 인하 경쟁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또 문 후보가 2004년 청와대 시민사회 수석재임 당시 사립대 등록금까지 폭등했다고 지적하자 문 후보는 “대학등록금 인상은 참여정부 때 책임이 있다”고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두 후보가 정치, 경제, 안보 등 분야별 정책을 놓고 공방을 이어가자 진행자가 토론 말미에 “오늘 한 차례도 웃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토론을 마친 뒤 안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문 후보가) 단일화의 대상이시니까 후보 간의 예의를 지키고, 국민들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자 노력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문 후보는 “후보 등록일자가 얼마 남지 않아서 국민들께서 다들 걱정하실 텐데 오늘 토론에서 미진했던 부분들은 내일 단일화 협상팀에서 만나서 노력 할 것”이라고 했다.
◇“주저없이 文 선택할 근거”vs “누가 朴 이길 후보인지” = 양측 캠프는 토론 후 각자 브리핑을 갖고 “무엇보다 누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를 이길 후보인지를 분명히 했다”(안 후보 측), “오늘 TV토론으로 국민은 문 후보를 주저 없이 선택하고 지지할 수 있는 확실한 근거를 갖게 됐다”(문 후보 측)고 총평했다.
새누리당은 안형환 대변인은 이날 TV토론회와 관련 “기대보다 밋밋한 토론이었다”며 “상식적인 이야기와 모호한 질문, 응답이 오갔을 뿐 대통령 후보로서 자질과 능력, 경륜을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혹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