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층 움직이기엔 한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이날 토론회는 저녁 8시부터 100분간 MBC에서 진행됐다. 시청률은 지상파 방송4사 합계 29%를 기록했다.
◇ 박근혜 “대북정책, 가짜평화 구분해야”= 박 후보는 문 후보를 향해 △금감원 외압의혹 △아들부정취업 의혹 △다운계약서 작성 논란을 조목조목 언급한 뒤 “권력형 비리를 정말 막을 수 있겠느냐”고 추궁했다.
박 후보는 참여정부를 고리로 한 문 후보 공세도 이어갔다.
박 후보는 대북정책에 있어선 “참여정부 시절에 그렇게 퍼주기를 했는데도 북한이 2006년 첫 핵실험을 했다”며 “진짜 평화와 가짜 평화는 구분해야 한다”고 확고한 안보관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참여정부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발언을 거론, “문 후보는 NLL을 변경해야 한다는 것인가”라고 따졌다.
이 후보에 대해선 “당이 애국가도 부르지 않는다”고 종북논란을 제기하는 한편 “단일화를 주장하면서 왜 자꾸 토론회에 나오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 문재인 “새누리 정부는 비리 백화점” = 문 후보는 박 후보에겐 칼날을 겨눴지만 이 후보에겐 공격을 자제했다. 권력형 비리 부문에서 문 후보는 박 후보에 “새누리 정부는 비리 백화점 수준이고 박 후보 최측근인 홍사덕 선대위원장부터 시작해서 친박(친박근혜) ‘돈 공천’ 문제도 불거졌다”고 지적했다. “‘만사올통’(만사가 박 후보 올케인 서향희 변호사를 통하면 된다는 뜻)이란 얘기도 나온다”고 했다.
박 후보 측의 보수대통합을 의식한 듯 그는 “통합의 정치를 강조하면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는데 그것만으로 통합이 되는 건 아니잖나”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도 박 후보에게 “(정치쇄신 관련) 우리가 공통정책이 많은데 이번 국회에서 공동실천선언에 합의하고 법안을 공동제출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어 박 후보에게 “좋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한편 이 후보의 참여정부 실책 지적에는 대체로 수긍하는 태도를 유지했지만 통진당과의 연대 문제를 두고는 “지금 연대할 여건이 갖춰지지 못했다”고 거리를 뒀다.
◇ 이정희 “박근혜 떨어뜨리러 나왔다” = 이 후보는 양 후보를 향해 빠른 속도의 말투로 거침없이 공격을 퍼부어댔다. 특히 박 후보를 향해선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려 나왔다”고 공언할 만큼 강도 높은 공세를 이어갔다.
이 후보는 “유신 독재의 퍼스트레이디가 청와대에 가면 여성 대통령 아닌 여왕이 될 것”이라며 “불통, 오만, 독선의 여왕은 지금 필요 없다”고 했다.
그는 박 후보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까지 언급, “다카키 마사오, 한국이름 박정희. 군사쿠데타로 집권하고 한일협정을 밀어붙인 장본인이다. 뿌리는 속일 수 없다”고 말했다.
박 후보가 통진당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성과 이름을 각각 바꿔 부르는 말실수를 하자 “기본적인 예의와 준비를 갖추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 전문가들, ‘박·문 무승부’ ‘부동층 영향 적을 듯’ =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토론회에서 박 후보와 문 후보 사이에 우열을 가릴 수 없다는 평가를 내놨다.
박 후보는 야권주자 2명의 협공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 침착함을 보였으나 경직된 모습에 순발력이 다소 미흡했다는 평이었다. 문 후보는 온화한 태도로 차분히 임했지만 박 후보와의 차별성을 부각하며 대립각을 세우는 데엔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여기에 이 후보는 날선 언어로 두 유력후보를 압도했지만 특히 박 후보를 향해 퍼부은 인신공격성 발언 등은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지적이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토론회가 전체 유권자의 15%에 달하는 부동층의 표심을 움직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점에도 대체로 의견을 같이 했다.
TV토론회가 도입된 이래 이번 대선이 가장 토론회가 적은 점, 대선후보들 간 정책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선판도를 흔들 주요변수가 되리란 예측이 많았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김남수 한백리서치 대표는 “추가질문이 허용되지 않은 토론 방식으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수 없었다”면서 “후보들이 특별히 실수하거나 지지층을 실망시킬 일은 없었기에 지지층은 유지하되 부동층을 움직이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