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서 “朴 아픈 곳 찌를 수록 보수 결집” … 민주 ‘보수우익’ 프레임도 패착
대선 정국에서 이 전 후보는 ‘박근혜 저격수’를 자처, TV토론회에서 자신의 출마 이유에 대해 “박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한 것” 이라며 막말을 쏟았고 시종일관 면박주기, 말 자르기, 독설로 박 후보를 공격했다. 정도가 지나치다보니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이 자연스럽게 반감을 갖게 되면서 ‘보수 대 진보’ 대결로 치러진 선거에서 보수층 결집을 불렀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보수층은 이념을 떠나 상대를 배려하지 않은 예의 없는 태도에 반감을 갖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한다. 이 전 후보의 엄청난 맹공에도 불구하고 박 당선인이 당하기만 하는 인상을 주면서 ‘박근혜 동정여론’이 조성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위터에선 “이번 박근혜 당선의 일등공신은 아무래도 먹튀 이정희”(아이디 cupid3894), “이정희 막말이 전투에선 이기고 전쟁에서 지는 원인제공”(nowonsarang) 등의 글이 쏟아졌다.
한 트위터리안은 “내 주위 어른들의 박근혜를 향한 지지는 무척 공고했다. 이정희 후보와의 TV토론 후 더욱 공고해졌다. 박의 아픈 곳을 찌를수록 보수 결집을 가져 온 거 같다”(kimty71)고 했다.
이 전 후보가 또 “충성혈서를 써서 일본군 장교가 된 다카키마사오. 한국이름 박정희뿌리는 속일 수 없다” 는 등의 박정희 전 대통령을 공격한 것도 패착요인으로 꼽힌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남아있는 60대 이상의 중장년층의 심기를 건드렸고 폭발적인 보수의 결집력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반면 박 당선인은 노무현정부에 대한 공격을 해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발언은 하지 않는 전략을 썼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20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 전 후보의 토론태도에 우려를 나타낸 5060세대의 투표율이 예상보다 높았다”면서 “선거종반 여론조사의 흐름이 초박빙 상황으로 공표 금지되면서 보수 성향 표심이 총결집했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의 프레임 설정도 문제가 있었다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은 중도보수 성향의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이번 대선을 ‘보수우익 대 진보의 대결’이라고 설정했다. 일반적으로 삐뚤어진 애국심 등을 뜻하면서 부정적으로 쓰이는 ‘우익’이라는 용어를 써 보수우파층을 자극한데다 ‘보수우익=구세력’으로 깎아내린 게 패착이라는 지적이다.
투표를 마친 이 전 후보는 전날 자신의 트위터에 “사퇴안내문 앞에 서서 방송인터뷰 했지요, 절망을 끝내는 일에 쓰일 수 있어 영광입니다”라고 적었다. “투표했어요. 절망을 끝내는 한 표, 진보의 새 길을 여는 한 표”라고도 했다. 이를 두고 이 전 후보가 자초해 ‘절망’을 만들었다는 말이 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