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금 만들기]은퇴 준비, 이제 정부지원도 필요하다

입력 2013-01-2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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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세제혜택 확대하고 위험자산 투자 비중 늘려 주세요"

▲‘100세 시대’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면서 퇴직 후 인생 설계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100세 시대를 맞아 정부도 국민의 은퇴 후 인생설계를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할 때라고 조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의 진시황은 영생불사의 약을 구하기 위해 3000명의 동남동녀(童男童女)를 동쪽으로 보냈다. 하지만 영생불사의 약은 그 어디에도 없었고, 결국 진시황은 50세의 나이로 사망하게 된다.

이로부터 2300여년 후 비록 진시황이 그토록 바라던 영생불사의 약은 아니지만 의학의 발달 등으로 인해 인간의 수명은 점차 늘어났고, 이른바 ‘100세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100세 시대가 열리면서 은퇴에 대한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건강한 몸도 중요하지만,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으면 행복을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각종 매스컴과 금융사들이 100세시대 은퇴설계 준비 자산관리 방법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평범한 직장인이 직접 은퇴 후 준비를 설계하기에는 생활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20대부터 차곡차곡 준비해 곳간을 채운다 해도 결혼자금과 내집 마련 등 목돈이 들어가는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100세 시대를 맞아 개인들만이 노력할 것이 아니라 정부도 국민의 은퇴자금 지원을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할 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사적연금시장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피델리티자산운용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개인연금제도가 담당하는 은퇴소득 대체율 수준(1.3%)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세계은행 등이 권고하는 수준(10%)에 비해 크게 낮다. 이는 은퇴 후 소득이 은퇴 직전의 소득을 대체할 수 있는 비중이 작다는 의미다. 이에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현자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은퇴준비에 대한 개별 가계들의 인식 변화와 함께 구조적으로 개인연금의 가입을 제고시킬 수 있는 국가적 차원의 정책과 제도 보완책들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먼저 전문가들은 연금과 은퇴상품 등에 대한 세제 문제를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는 사적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등을 합산해 4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해주고 있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 2001년 300만원이었던 소득공제 한도가 12년이 지난 지금 100만원 늘어난 것은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김진우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 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 400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연금저축에 가입하면 400만원이 큰돈이겠지만, 짧은 기간에 연금저축에 가입하려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부족한 금액이다”며 “12년간 물가상승률을 생각한다면 소득공제 한도가 800만원 정도는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적연금에 대한 규제가 일부 풀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퇴직연금제도가 비교적 잘 갖춰진 호주의 경우 주식투자 등 위험자산 투자 비중이 54.4%에 달하지만, 우리나라 퇴직연금 위험자산 투자 비율은 40%로 제한하고 있어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호주는 퇴직연금이 부동산에까지도 투자할 수 있고, 미국은 선물옵션에도 투자하고 있다”며 “제도적 장치를 개선하고 위험하지만 분산투자 등을 통해 퇴직연금이 높은 수익률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귀띔했다.

정부가 퇴직연금 교육에 직접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개정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의 시행으로 퇴직연금에 대한 가입자의 운용 선택폭이 확대되고 있는 반면, 퇴직연금에 대한 가입자의 이해도는 현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상우 보험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현재 법률상으로 정해진 퇴직연금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가입자 선택폭이 확대된 만큼 가입자가 퇴직연금제도를 이해하고 스스로 운용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법률상으로 퇴직연금제도 가입자에 대한 교육을 의무화하고 있으나 대부분 형식적인 교육에 그치고 있으며, 교육체계 또한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흡한 실정이다. 그는 “현재 퇴직연금 가입자 교육은 노후소득보장 장치로써 연금제도의 기능 및 중요성, 은퇴 후 퇴직연금 활용 방법, 다양한 적립금 운용상품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교육 내용에 대한 세부적인 가이드 라인이나 모범 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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