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최부잣집에서 배운다] 처인애연(處人靄然), 인간관계 기본은 배려하는 마음

입력 2013-02-07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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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상생 가치 일맥상통

지난해 대선에서 여야 모두 정치쇄신을 다짐한 만큼, 2월 임시국회에서 정치권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성공적으로 출범하기 위해서는 이번 임시국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 조직개편과 국무총리,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도 있지만, 쌍용자동차 사태 해결을 위한 여야 간 견해차가 있어 자칫 쌍용차 사태 표류가 조직개편이나 내각 인선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쌍용차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정치권이 정치논리나 경제논리를 내세우기보다는 당리당략을 버리고 상생할 수 있는 따뜻한 시장경제 논리가 필요하다. 인간관계에 바탕을 둔 따뜻한 노사관계 개선으로 서로 상생할 수 있는 해결 방안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는 일자리 부족과 노동시장 양극화, 대결구도 등 노사관계와 관련해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를 위해 새 정부는 대화와 상생의 노사관계 및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사회’라는 정책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2013년 노사관계 전망 조사’ 보고서에서 전체 230개 기업 중 42.7%가 ‘올해 노사관계가 지난해보다 불안해질 것’으로 분석, 노사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정부와 노사 모두 경주 최부잣집이 실천한 육연 중 ‘처인애연(處人靄然)’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처인애연은 ‘사람을 만날 때는 평화로운 마음으로 만나라’는 뜻이다. 즉, 인간관계의 기본은 남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의미다.

12대에 걸쳐 만석 부자를 유지한 최부잣집은 기본적으로 남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에서 부를 축적해왔다.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도록 했으며, 특히 노비에 대해서도 재물과 신분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애정을 갖고 대했다.

최부잣집 1대조인 정무공 최진립 장군의 셋째아들 최동량이 시집가는 딸에게 준 편지에서 노비를 대하는 기본적인 자세와 애정이 잘 드러나 있다.

“세상의 습속이 조그마한 일에도 꾸짖고, 음식도 잘 아니 주고, 의복도 잘 아니 입히고 있다. 크거나 작거나 죄과가 있으면 형벌과 매질을 지나치게 해 죽을 지경에 이르게 해놓고서도 위엄있고 행동 관습이 엄격하노라고 자랑을 한다. 허나 하늘은 그 소행을 괘씸하게 여겨 그러한 사람의 자손이 온전히 남지 못하고 일꾼이 떠나가 버린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일꾼도 또한 사람의 아들딸이니 잘 대접하라는 말씀이 어찌 옳지 않으리오. 부디 어여삐 여기고 때릴 일이 있어도 꾸중하고 지나치게 말라. 사람의 재주는 모두 각각 다르니 그 사람이 못할 일은 아예 시키지 마라. 이 일꾼에게 저 일꾼의 말을 하지 말고, 차별하지 말고, 꾸짖되 길게 꾸중하지 말고, 자주 나무라지 말고, 헛되이 칭찬하지 마라. 수고하는 날이거든 음식을 생각해 주고, 어린자식이라도 어여삐 여겨주고, 병이 들거든 집에서 간호해 주고, 증세를 각별히 유의해 고쳐주고, 위엄 있게 은혜를 베풀면 일꾼이 자연 진실해지느니라. 그렇게 하여도 마침내 속이고 사나워서 부릴 수가 없거든 시키지 마라.”

최부잣집은 이처럼 노비도 한 인간으로서 애정을 가지고 대했으며, 노비들에게도 땅을 나눠줘 경작하게 해 그 과실을 고르게 분배, 도망가는 노비가 없었다고 한다. 특히 동학혁명이나 활빈당 등 난리의 와중에도 최부잣집은 불타지 않고 온전히 재물을 지킬 수 있었던 것도 바로 노비들과 소작인들이 앞장서 막아줬기 때문이라고 한다. 선대 때부터 아랫사람이나 가난한 이웃에게 베풀어 온 최부잣집의 덕은 결국 고스란히 보답을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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