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최부잣집에서 배운다] 득의담연(得意澹然), 성공할수록 경거망동 삼가라

입력 2013-02-14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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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최부잣집 11대조인 최현식의 호 ‘둔차’는 1등이 가지고 있는 불안함을 초월해 진정한 여유를 가지자는 뜻이며 2등조차도 매우 힘든 일임을 강조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박근혜 새정부는 출범 10여일을 남겨둔 시점까지 조각을 마무리하지 못하는 등 인사난맥을 겪고 있다.

국민의 눈높이가 높아진 데다 전문성과 도덕성을 모두 갖춘 인사를 찾기가 어려워서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철저하게 측근을 배제하고 능력을 갖춘 전문가를 중용하고 있는 점도 초기 내각 구성이 늦어지는 이유다.

정부 출범 초에는 항상 대통령 당선인이 친인척과 측근 비리를 뿌리 뽑겠다고 외치지만 매번 정권 말이면 어김없이 비리로 구속되는 양상이 반복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임기말 아들 비리로 고개를 숙였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권 초부터 측근들의 비리로 곤욕을 겪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개국공신과 측근, 형, 처가 측 인사 등이 비리에 연루돼 줄줄이 구속됐다.

이처럼 정권 초 실세로 불렸던 인사들이 자신의 권력을 잘못 이용해 비리를 저지르는 일이 정권교체기마다 반복적으로 일어나 정권초 개혁의지가 무색해질 정도다. 대기업 중에서도 분에 넘치는 무리한 기업인수로 그룹이 쪼개지거나 그룹이 해체되는 경우도 있다.

‘성공했을 때는 담담하게 행동하라’는 경주 최부잣집이 몸을 닦는 수신(修身)의 가훈으로 실천해온 ‘육연(六然)’ 중 ‘득의담연(得意澹然)’을 생각하게 한다. 이 말은 뜻을 얻어도 잘난 척하지 말고 담담한 마음으로 경거망동을 삼가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경주 최부잣집 11대조인 최현식은 경술국치 당시 자식을 모두 불러 득의담연의 정신을 일깨웠다. 그는 “경술년 이후 이제 국권이 완전히 상실돼 나라가 없어진 판국에 사사로운 재물이 무슨 소용이며 그 재물인들 보전할 수 있겠느냐”며 “우리 가문이 나아갈 길은 그 첫째가 ‘의(義)’이다. 그러므로 무엇이 의인지를 신중히 찾고 그 의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쳐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또 “일찍이 우리 가문의 선조가 진사는 하되 벼슬을 하지 말라고 한 것도 바로 욕심을 버리고 정쟁에 휘말리지 말라는 뜻”이라며 “중도의 길을 가다 보면 때로는 우유부단하고 줏대 없다는 말도 들을 것이고, 때로는 기회주의자라고 비웃음을 받을 수도 있지만 재물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버리는 것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식의 호는 둔차(鈍次)로 ‘1등보다는 2등’이라는 의미다. 둔차는 1등을 했더라도 만족은 잠시뿐 바로 그 순간부터 끝없는 도전에 시달리기 때문에 2등에 만족하라는 뜻으로 1등에 버금가는 노력이 있어야 2등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진문 영남대학교 겸임교수는 이같이 둔차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이것은 최씨 가문에서 추구하는 적정 만족의 원리와 상통한다”며 “스스로 만족하며 겸양할 때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생기고 더불어 사는 정신도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부자 가문의 마지막 부자였던 최준은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일제식민지 시절 독립자금을 지원했고 해방이 된 이후에는 인재양성을 위해 전 재산을 현재의 영남대학교 설립에 모두 기부했다.

한동철 서울여자대학교 교수는 “경주 최부잣집은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오랫동안 자기절제형 사회만족 공헌을 한 부자의 표본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며 “굳건한 가문 철학으로 검소함을 실천하고 절제된 부자욕구로서 상황이 안 좋은 시절에는 수확에 자기제한을 두고, 소유한 부로서 사회만족을 스스로 실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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