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5일 오후 대만 타이중 인터콘티넨탈 구장에서 벌어진 대만과의 경기에서 8회말 강정호의 투런 홈런으로 3-2의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지만 2라운드 진출에는 실패했다.
B조 경기가 모두 끝난 가운데 한국은 대만, 네덜란드와 함께 2승 1패로 동률을 기록했지만 득실차에서 밀려 3위에 머물렀다. 이미 대만과의 경기 이전 6점차 승리 외에는 2라운드에 진출하기 위한 방법이 없었던 한국이었다. 시작부터 불리함을 안고 싸웠지만 결국 그 벽을 넘지 못했다.
2006년 1회 대회 4강, 2009년 2회 대회 준우승의 성과를 올렸고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등 굵직굵직한 성과를 올렸던 한국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내심 우승을 노렸다. 비록 류현진과 추신수 등 투타의 핵이 빠졌고 김광현, 봉중근 등 좌완 투수들도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했지만 1라운드 탈락을 예상한 이들은 거의 없었다.
한국이 탈락한 이유는 몇 가지로 분석이 가능하다. 이번 대회를 통해 두드러진 점은 세계야구의 평준화였고 한국은 이에 대한 대응책이 부족했다. 당초 네덜란드와 호주는 적수가 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네덜란드는 강호였다.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 중이거나 활약했던 선수들이 곳곳에 포진해 힘과 정교함에서 모두 한국을 압도했다. 0-5로 영봉패를 당한 것은 충격 그 자체였다. 대만전 역시 승리하긴 했지만 8회말에 들어서야 적시타와 투런홈런으로 점수를 올렸을 뿐 이전까지는 빈공에 시달렸다. 대만 역시 메이저리그와 일본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주축을 이뤘다.
물론 한국이 최근 국제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긴 했지만 단기전의 특성상 모든 경기에서 승리하길 바랄 수는 없다. 하지만 한 수 아래인 호주와의 경기를 제외하면 줄곧 답답한 공격력이었다. 당초 투수진이 불안하지만 공격력 만큼은 역대 최강이라고 자부했던 코칭스태프의 평가가 무색할 수밖에 없었다. 공격 진용만을 놓고 볼 때 선수들의 이름값만큼은 최고였는지 모르지만 시너지 효과는 크지 않았고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유연하게 대처할 전술 운용도 부족했다. 그나마 강정호의 막판 투런포가 아니었다면 홈런 하나 없이 대회를 마칠 수도 있었다.
한국 야구는 지난 시즌 700만 관중 시대를 열며 또 한번의 도약기를 맞이했다. 때마침 9구단 체제로 확대됐고 10구단 창단까지 확정된 상태다. 양적으로 크게 팽창한 한국야구가 세계 정상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현재의 상황에 만족하지 않고 주전 선수층을 넓혀야 한다. 몇몇 선수들의 이탈로 팀 전력이 떨어질 정도의 얇은 선수층이라면 세계를 제패하기 힘들다는 것이 입증됐다.
상대팀에 대한 정보 부족도 짚고 넘어갈 점이다. 조가 탈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의 전력이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국제 대회에서는 상대팀이 한국팀의 모든 것을 철저히 분석하고 경기에 임한다. 그만큼 한국은 더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전력에 대한 자신감을 갖는 것은 좋지만 이것이 자만심으로 변해서는 안 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절대 강자가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을 한국 대표팀인 만큼 차기 대회에는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