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에 실패한 삼성생명보험이 주식상장을 전제로 감면된 1200억대의 세금을 다시 물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삼성생명보험이 서울 남대문세무서를 상대로 낸 법인세 등 부과처분 취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삼성생명에 1244억5000여 만원을 반환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정부와 한국증권거래소가 생명보험회사들의 주식 상장을 제한하기 위해 상장 요건을 규정한 것은 법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았다”며 “이 같은 제도적 장애로 시한 내 주식을 상장하지 못한 삼성생명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전했다.
또한 재판부는 “과거법 규정상 주식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주식 상장을 전제로 자산재평가를 한 법인에 대해서는 재평가차액을 법인세 과세대상에서 제외하도록 되어 있었다”며 “사후 주식 상장을 하지 못했을 경우 특례를 박탈하게 되어 있지만 상장을 하지 못한 이유가 정당했을 경우에는 법인세를 과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삼성생명은 1990년 주식 상장을 위해 자산재평가를 실시한 뒤 상장을 전제로 재평가 차익에 대한 법인세를 납부하지 않았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정부의 방침 변화로 상장이 계속 지연되다가 결국 상장시한으로 정해져 있던 2003년 말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이에 국세청은 삼성생명이 세금 면제 요건을 잃었다며 2004년 재평가차액을 근거로 법인세와 방위세 등을 포함해 모두 1244억여원의 세금을 부과했고, 삼성생명 측은 “상장실패에 대한 책임이 없는 만큼 본세도 감면돼야 한다”며 세금부과 취소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이에 대해 “상장시한이 여러 차례에 걸쳐 연장됐고 삼성생명이 여러 상황을 고려해 주식을 상장하지 않기로 선택한 측면이 있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지만, 2심 재판부는 “상장하지 못한 것은 이 회사에 책임을 돌릴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1심을 뒤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