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순풍산부인과’ 출연한 배우 김 모 씨가 사망했다”는 데스크의 한마디에 부서 전 기자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선배 기자는 경찰서, 병원, 관계자들에게 전화하는 등 갖은 방법을 동원해 사실 확인에 나설 때 후배 기자로서 맡은 일을 처리했다. 새로운 사실이 계속해서 밝혀지면서 셀 수 없이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정신없는 오전이었다.
한나절을 김수진이라는 이름이 주요포탈의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오르며 관심을 끌었다. 경찰은 유서가 남겨진 점을 미루어 김수진 씨의 사망 원인을 자살로 추정했다. 또 한 명의 자살 연예인이 추가됐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섰다. 연예인의 자살 소식은 파급력 자체가 다르다. 베르테르 효과(모방자살)를 일으킨다는 점에서다. 올 초 전직야구선수 조성민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 자살예방협회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연예인이 자살 후 2달 이내 자살률이 급증했다는 자료와 함께 ‘주변을 잘 살피라’는 권유를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타가 광고하는 상품이 판매에 도움을 주듯 좋지 못한 행동 또한 대중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좋은 모습이던 나쁜 모습이던 연예인이 하는 행동이 다른 사람의 행동 방식에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김수진 씨를 모델로 위험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향년 71세로 타계한 박상규 씨를 생각하길 바란다. 1일 밤 한 TV 프로그램에서는 박상규 씨가 병마와 싸우는 생활이 공개됐다. 뇌졸중의 영향으로 언어장애까지 겪으면서도 힘겹게 투병생활을 하는 그의 모습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비록 지금은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의 삶에 대한 의지는 큰 교훈이 된다.
김수진 씨를 보며 자살이 하나의 문제 해결수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살기 위해 온 힘을 다했던 박상규 씨의 모습을 상기하기 바란다. 마지막까지 생의 의지를 보인 그 앞에서 자살이라는 것은 사치에 불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