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해양이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한 것은 업황이 좋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그간 자체적인 재무구조개선을 추진했지만 업황이 개선되지 않는 환경에서는 근본적인 치료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STX그룹은 지난해 STX OSV, STX에너지의 일부 지분 매각, STX중공업·STX메탈 합병 등을 통해 모두 1조1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확보했다.
자금확보와 계열사의 실적 호조란 양대 축이 그룹을 뒷받침했다면 지난해 5월 산업은행과 맺은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조기 졸업할 수 있었겠지만, STX조선해양은 지난해 782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중국 조선사 등의 저가 공세와 업황 침체로 선박 발주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또 STX조선해양이 드릴십, 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사업에 뒤늦게 뛰어들면서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른 업체에 비해 취약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말 연결 기준 총부채는 12조2000억원으로,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자금은 6500억원에 달한다.
한편,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체결하기 위해 STX 측이 무엇을 들고 협상 테이블에 나섰을 지도 관심사다. 현재 STX그룹은 강덕수 회장 등의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STX팬오션 등 계열사 및 자산 매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추가적인 현금확보안도 채권단에 제시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STX그룹 관계자는 “STX조선해양의 현 상황은 당장 돈이 없기 보다는 업황이 안좋은 영향이 크다”며 “선박을 수주했지만 배를 만들 자금이 부족해 이를 지원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추가 자구책 마련과 업황 회복을 통해 자율협약을 최대한 빨리 졸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TX조선해양은 현재 수주 잔고는 159억 달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