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새 수수료 체계를 두고 카드사와 가맹점 사이에서 이뤄진 지루한 힘겨루기가 사실상 마무리 됐다. 인상된 수수료에 반발하던 대형 가맹점들이 박근혜 정부가 서민 경제 안정과 대기업 횡포 엄단을 강조하자 백기를 들었다는 분석이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화재 등 282개 카드 대형 가맹점 중 98%가 지난해 12월 말에 시행된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른 수수료율 인상을 수용했다.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들은 카드사를 통한 통신비 자동이체 접수 대행을 중단하는 등 강력히 저항했으나 최근 인상된 카드 수수료율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직 타결이 안 된 대형 가맹점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등에 불과하다. 이들 가맹점도 최근 인상된 수수료율로 가맹점 갱신이 자동으로 이뤄진 가운데 카드사와 수수료율 조정 협상을 진행 중이다. 카드 가맹점 해지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새 수수료 체계를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카드업계도 아직 일부 유통과 항공 업종과 수수료 체계를 협상하고 있으나 특별히 대립하는 상황이 아니라 조만간 타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2월 22일 여전법 개정으로 가맹점 200만곳의 수수료율이 내려갔다. 영세 자영업자가 많은 일부 업종에서는 99%가 넘는 가맹점이 수수료율 인하 혜택을 봤다. 연매출이 2억원 미만인 중소 가맹점은 가장 낮은 1.5%의 수수료율이 적용됐다.
그러나 연매출 1000억원 이상 대형 가맹점은 수수료율이 기존 1% 중반 대에서 2% 초반대까지 올라 저항이 거셌다.
한편 카드사와 밴(VAN)사 간의 갈등은 증폭되고 있다. 여전법 시행으로 카드 수수료율이 내려 경영압박을 받는 카드사들이 금융당국에 밴사 수수료의 합리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KB국민카드가 밴사의 카드 결제 매입 대행을 전격 중단하고 해당 업무를 직접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밴사에 통보했다.
밴사들이 졸지에 설 땅을 잃게 되자 한국신용카드밴협회와 한국신용카드조회기협회는 16일 국민카드 본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카드사와 밴사의 전면전이 예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