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베일에 가려져 있던 세계 조세피난 부자들의 명단이 드러났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지난 3일(현지시간) 조세피난처에 재산을 은닉한 세계적인 부호 명단을 대대적으로 공개했다. 공개된 명단에 한국인은 없었으나 아직 공개되지 않은 자료에 70여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3일 현재까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친구인 장 오기에,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가족, 탁신 전 태국 총리의 전 부인, 마르코스 전 필리핀 독재자의 장녀 마리아 이멜다 마르코스 마노톡, 마하티르 전 말레이시아 총리의 아들이자 유명 경영인인 미르잔 빈 마하티르, 바야르척트 상가자브 몽골 국회 부의장, 이고르 슈발로프 러시아 제1부총리 부인 올가 슈발로바 등이 조세피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ICIJ에 따르면 이번 명단 공개는 한 제보에서 시작됐다. 호주 기자 제라드 라일이 자국 기업 ‘파이어파워’의 역외 탈세와 사기 사건을 3년간 추적 조사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내부 문건 250만건과 이메일 200만건, 개인정보 등이 담긴 260GB 분량의 자료를 제보받았다. 이는 지난 2010년 폭로전문 사이트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의 비밀 외교 전문의 160배에 이르는 엄청난 분량이다.
여기에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와 남태평양의 쿡제도, 싱가포르 등 대표적인 조세피난처 10개 지역에 자금을 숨긴 기업 12만2000사와 관련자 13만명의 정보가 담겨 있었다.
영국 BBCㆍ가디언, 프랑스 르몽드 등 46개국 86명의 기자들은 15개월에 걸쳐 이 자료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는 2주간 기사를 통해 순차적으로 공개됐으며, 이후에는 개별 국가별 탐사보도가 이어질 예정이다.
가디언은 “자료 분석으로 포착된 사람들은 미국 치과의사에서부터 그리스의 중산층, 독재자의 가족과 동유럽ㆍ인도네시아의 억만장자, 국제 무기거래상까지 다양했다”고 보도했다.
ICIJ는 5일 블로그를 통해 우리나라를 포함해 독일, 그리스, 캐나다, 미국, 터키 등 정부의 자료 요청을 거절한다며 “우리는 사법기관이나 정부기관이 아닌 독립적인 보도 단체로서 내부 규정에 따라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초로 자료를 입수한 라일 기자는 “주소와 이름을 토대로 조사한 결과 재산은닉처 명단에 한국인 이름은 70여명”이라고 밝힌 상태다. 그는 한국 언론 한 곳을 파트너로 정해 공동 검증을 거쳐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국세청은 한국인 명단이 확보되는 대로 철저히 조사해 탈세 여부를 검증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