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911에 장난전화를 건 20대 군인이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1일 국내에서 미국 911신고센터에 장난으로 협박 전화를 건 육군 35사단 소속 이모(20) 일병을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경찰 조사가 끝난 뒤 군 헌병대로 이첩될 예정이다.
이씨는 군 입대 전인 지난해 3월26일 오후 10시45분(미국 현지시각 오전 9시45분) 전북 전주시 덕진구 자신의 집에서 미국 뉴저지주 워렌카운티 911신고센터에 “해커츠타운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총기를 난사해 죽일 것”이라는 협박 장난전화를 건 혐의다.
그는 한국 발신자 번호가 나타나지 않는 아이폰의 무료 통화 앱 ‘텍스트 나우’를 이용해 911에 전화를 걸어 스스로를 스웨덴계 미국인이라고 속이고 “고등학교 인근 숲속에 AK47 소총을 갖고 숨어 있다”고 협박했다.
워렌카운티 911센터가 이씨의 장난전화를 접수한 즉시 미국 현지 경찰은 해당 고등학교와 주변 8개 학교를 4시간 동안 폐쇄했다. 또 경찰특공대가 출동하고 장갑차와 헬리콥터 등을 동원해 검문 검색을 강화하기도 했다.
이씨는 지난해 4월3일 오후 9시40분에도 미국 뉴욕경찰서에 전화해 “10살인 내 아들을 죽였으며 지금 전화를 받고 있는 당신과 당신의 가족도 살해하겠다”는 장난전화를 건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이씨의 4차례에 걸친 장난전화를 분석해, 범인이 동일 인물이며 발신지가 한국이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 6월 우리 정부에 공조 수사를 요청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지난해 1월부터 군 입대 직전인 10월까지 전주의 한 백화점에서 임시직으로 근무하면서 영어공부를 위해 미국 여고생(17)과 채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이 과정에서 국제전화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으며 발신번호가 미국 현지 번호로 표시되는 ‘텍스트 나우’ 앱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씨는 경찰에 “피자가게에 20여회, 관공서에 10여회 등 장난 전화를 걸었다”며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