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페의 향연… 장르세대 막론한 한국 대중음악 축제의 산실로
1969년 8월15~17일 미국 뉴욕 북부 베델 근처의 화이토 레이크의 한 농장. 폭우가 쏟아져 진흙밭으로 변한 농장이었다. 그런데도 3일간 30만명의 젊은이가 몰렸다. 하나의 문화적 대사건이었다. 사회적 충격이었고 정치적 거대한 파장이었다. ‘3Days of Peace & Music’이라는 구호로 열린 우드스탁 페스티벌(‘The Wood stock music and art fair 1969’)이다. 지미 헨드릭스, 산타나, 존 바에즈 등 유명 뮤지션들이 참여하고 30여만명이 몰린 우드스탁 페스티벌은 단순한 음악 축제가 아닌 사회변혁을 꿈꾸고, 기성세대에 도전하며 반전을 외치는 거대한 문화적 사건 그 자체였다.
그로부터 30년이 흐른 1999년 7월31일 인천송도 시민공원으로 수많은 젊은이들이 몰려들었다. 한국 최초 최대 규모의 록페스티벌의 역사적인 서막에 동참하려는 열기였다.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Triport Rock Festival)’. ‘왜 페스티벌을 개최하는가, 이 땅에 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김경호, 부활, 크래쉬, 델리스파이스 등 국내 뮤지션 뿐만 아니라 딥퍼플, 드림씨어터, 프로디지 등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한다는 소식은 수면 아래 있던 록팬들을 인천 송도로 향하게 했다. 하지만 폭우가 쏟아지고 공연이 속속 취소되면서 기대를 모았던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은 씁쓸하게 막을 내렸다. 하지만 한국 록페스티벌의 맹아가 돼 한국 대중음악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우드스탁 페스티벌처럼 사회적 변화와 정치적 메시지의 전달의 성격은 없었지만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은 한국 대중음악의 질적 도약과 음악축제의 문화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 땅에 록 페스티벌이 선을 보인지 14년. 록페스티벌은 이제 여름를 수놓는 의미 있는 음악의 풍경이 됐다. 록페스티벌은 이제 더운 여름 젊은 열기의 용광로이자 직장인의 스트레스의 해방구다. 또한 하나의 문화적 사건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문화산업의 확장의 기제이기도 하다. 10대에서부터 중장년층에 이르기까지 생활의 활력소 역할도 하고 있다.
록 페스티벌이라는 공간에 함께 한다는 이유만으로 세대가 어우러지고 직업과 성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아름다운 통합의 용광로가 된다. 록페스티벌을 시작으로 포크페스티벌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 페스티벌이 줄을 이어 한국 대중음악의 튼실한 토대 역할도 하고 있다.
1999년 실패로 끝난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이 첫선을 보인지 14년 동안 록페스티벌은 양적, 질적 진화를 거듭했다. 14년간의 진화의 증거는 성하의 날씨보다 보다 더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는 다양한 록 페스티벌록 그 자체다.
7월26~28일까지 열리는 안산 밸리 록페스티벌, 8월2~4일 각각 개최되는 제8회 인천 펜타포트 록페스티벌, 지산월드록페스티벌, 8월14~15일 열리는 슈퍼소닉 2013페스티벌, 8월17~18일 열리는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9 시트브레이크에는 조용필을 비롯한 국내 스타 가수와 밴드, 인디 뮤지션과 영국 록밴드 큐어, 브릿팝의 거장 스웨이드, 플라시보, 뉴틀롤스, 메탈리카 등 해외 유명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해 대중을 벌써부터 설레게 한다.
이밖에도 부산국제록페스티벌, 동두천록페스티벌, 그랜드민트 페스티벌 등 다양한 음악축제가 대중의 열띤 참여 속에 열리고 있다.
이처럼 늘고 있는 록페스티벌에 대해 참여하는 대중이나 공연에 나서는 뮤지션 모두 긍정적 반응을 보인다. 매년 2개 정도의 록페스티벌을 참가하고 있다는 이원용씨(30, 직장인)는 “록페스티벌을 참가하면 일상과 구속에서 해방된 느낌이다. 1년간 쌓인 스트레스를 록페스티벌에서 모두 날린다. 삶의 활력소다. 다양한 록페스티벌이 열리면서 선택의 폭도 넓어지고 보고 싶은 세계적인 뮤지션을 볼 기회가 많아져 좋다”고 말했다.
YB의 윤도현은 “단독 공연은 우리만 좋아하는 색채 강한 분들이 많이 온다. 하지만 록페스티벌은 페스티벌의 라인업을 보고 그 공연 자체를 즐기러 오는 분들이다. 실내에서 하는 공연도 좋지만 요즘엔 가족들 손잡고 야외로 나오는 분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 그런 변화가 달갑다. 그래서 여름마다 록 페스티벌 무대에 꼭 서려고 한다. 그리고 세계적인 뮤지션의 음악을 접하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고 록페스티벌의 긍정적인 측면을 설명했다.
물론 이같은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최근 들어 록페스티벌이 늘어나면서 치열한 출연섭외 경쟁이 벌어져 해외유명뮤지션의 몸값을 천정부지로 상승시켜 페스티벌의 내실에 장애가 되고 있다. 현대카드가 주최하는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9 시트브레이크에서 영국록밴드 뮤즈는 1회공연에 180만달러(20억원)의 출연료를 받을 정도다. 뿐만 아니라 음악적 의미나 세계의 음악 흐름을 담지하는 뮤지션 보다는 흥행성을 겨냥한 유명 스타밴드 위주의 라인업으로 외화내빈의 잔치로 추락하는 것도 문제다. 또한 매년 반복되는 진행이나 시설 미비와 부대시설 바가지요금 등 많은 문제도 안고 있다. 무엇보다 록 페스티벌 마다 독창적 정체성을 가지지 못한데다 음악 축제로서만 안주하는 것도 앞으로 해결돼야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