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나연(26ㆍSK텔레콤)이 후반 홀 부진으로 다잡았던 우승을 놓쳤다.
최나연은 5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의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파72ㆍ6672야드)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네 번째 메이저대회 브리티시 여자오픈(총상금 275만 달러ㆍ30억5000만원)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3개, 보기 4개로 1오버파 73타를 쳤다. 이로써 최나연은 최종합계 6언더파 282타로 박희영(26ㆍ하나금융그룹)과 함께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우승을 차지한 스테이시 루이스(28ㆍ미국ㆍ8언더파)와는 두 타 차다.
박인비(25ㆍKB금융그룹)의 사상 첫 캘린더그랜드슬램을 기대했던 국내 골프팬들은 최나연의 메이저대회 우승으로 아쉬움을 달래려 했지만 그마저도 무산됐다.
운명은 가른 것은 17번홀(파4)이다. 전반 라운드를 1언더파로 마친 최나연은 루이스와 동타를 이루며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쳤다.
후반 라운드 분위기는 최나연이 먼저 장악했다. 최나연은 10번홀(파4) 버디로 승기를 잡은 반면 루이스는 11, 12번홀 연속 보기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스코어는 3타차, 일찌감치 우승을 예약하는 듯 했다.
그러나 최나연이 13, 14번홀에서 연속 보기로 주춤하는 사이 루이스는 버디와 보기를 각각 하나씩 기록하며 스코어를 유지했다. 최나연은 초조하게 쫓기는 입장이 됐다. 문제의 17번홀까지는 누구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다.
3라운드 17번홀에서 보기를 경험한 최나연은 최종 라운드에서도 무엇인가에 홀린 듯 보기를 기록했다, 루이스도 3라운드 보기 기억이 있어 파만 유지해도 만족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루이스는 17번홀에서 극적인 버디를 만들어냈고, 그것을 발판 삼아 18번홀에서도 버디를 추가하며 전세를 뒤집었다.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는 “17번홀에서 버디를 기록하면 반드시 우승을 한다”라는 오랜 징크스가 있다는 게 대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결국 이번 대회에서도 그 정설이 통했다. 결국 17번홀은 두 사람의 운명을 가른 홀이지만, 최나연에게는 ‘지옥의 홀’, 루이스에게는 ‘행운의 홀’로 기억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