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로 넘어온 ‘세제개편안’ 수술 불가피
정부가 8일 내놓은 세제개편안이 국회의 강한 저항에 부딪혀 대폭 수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 등 야당은 “월급쟁이에 대한 세금폭탄”으로 규정했고, 새누리당도 필요한 경우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번 대책 시행을 위한 15개 입법과제는 9월 정기국회를 거치면서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여야 합의가 안되면 법률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조차할 수 없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과세 형평성에 초점을 맞춘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등 과세 요건은 완화하면서도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를 비롯해 중고소득 근로자와 취약계층에 대한 세부담은 오히려 늘렸기 때문이다. 사실상 증세로 보는 시각이 많다.
민주당 장병완 정책위의장은 정부 발표 직후 브리핑을 갖고 “대기업 고소득자에 대한 세부담 증가대신에 월급쟁이와 자영업자, 농민 등 중산층과 서민층에게 세금폭탄을 안겨줬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축소하고 의료비와 보험료를 소득공제에서 배제한 것은 실질소득 증가가 거의 없는 서민과 중산층 가구의 가처분소득을 더욱 악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인 김현미 의원은 “최고세율 과표 구간을 내리는 것이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는 것보다 먼저 선행돼야 한다”며 “그게 정부안보다 더 많은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법인세 최저한세율 인상과 소득세 최고세율 하향조정 △대기업에 대한 R&D(연구개발) 세액공제 혜택 전면 폐지 △일감몰아주기 과세에 대한 대기업 과세 요건 완화 철회 등도 요구했다.
민주당은 앞으로 △과세 공평성과 세입기반 확대 △중산·서민층 지원 강화 △세무행정 투명성 확보 등을 원칙으로 당 자체적으로 세법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을 추진키로 했다.
취약계층 과세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다. 농수산물 의제매입 세액공제 한도 30%로 축소와 근로 또는 사업소득 3700만원 이상 농민에 대한 자경 양도세 감면 배제, 고소득 작물재배업 과세 등이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정부 계획대로 의제매입세액 공제한도가 설정된다면 줄어드는 의제매입세액공제 총액의 75%는 매출(6개월 동안 매출)이 2억원 이하인 소규모 사업자의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은 정부 개편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조세 저항이 큰 부분에 대해선 국회 논의 과정에서 수정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김기현 정책위의장은 “정부가 나름대로 노력을 한 것으로 본다”며 “입법 과정에서 여러 의견을 더 듣고 논의해 보완할 점은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