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금융권 국감이슈] “4년 만에 원위치”… ‘산은-정책금융公 통합’ 후폭풍 거셀 듯

입력 2013-09-2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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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부딪힌 ‘정책금융개편안’... 정무위 ‘정책실패 책임론’ 파상공세 전망

▲정부가 지난달 KDB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를 통합하는 내용의 ‘정책금융체계 개편안’을 확정한 가운데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설립 4년만에 사라질 운명에 처한 정책금융공사 노동조합이 통합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과 학계에서도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내달 정기국회에서 정책금융체계 개편 문제는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전망이다. 연합뉴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KDB산업은행(이하 산은)과 정책금융공사(정금공)의 통합을 골자로 하는‘정책금융 개편안’을 두고 학계와 정치권의 반응이 뜨겁다. 특히 금융위원회가 개편안에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가능성을 이유로 박근혜 대통령의 부산지역 공약 가운데 하나인 선박금융공사 설립을 사실상 백지화하면서 올해 국정감사에서 부산지역 의원들로부터 질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11일 정금공 주최로 열린‘제4회 정책금융 글로벌 포럼 세미나’에서는 산은과 정금공 통합시 보조금 분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주장에 제기됐다. 금융위가 제시한 통합안보다 산은과 정금공으로 분리돼 있는 현행 정책금융체계가 우리 현실에 맞다는 얘기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조금에 관한 세계무역기구(WTO) 등의 협정상 두 기관이 분리돼 있는 현 체제가 한국에 유리하다”면서“보조금 분쟁 발생시 정책금융과 일반금융이 분리돼 있어야 중소기업 지원,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낙후지역 개발 등의 측면에서 방어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통합 산은이 출범하고서 보조금 분쟁이 발생하면 국내 다른 국책은행 및 상업은행에 대한 국제 평가에도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은 “정금공 같은 정책금융기관을 폐지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금융위는 설명해야 한다”며 정부책임론을 제기했다.

지난 12일 국회와 입법조사처가 공동으로 개최한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방안 이대로 좋은가?'라는 제목의 토론회에서는 금융위의 개편안에 대한 불만이 보다 구체화됐다.

이날 금융위를 소관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민식 의원은 토론회 개회사를 통해 “금융위에서 새로운 결과가 나왔다면 지난 몇 년간의 문제에 대해 평가하고 점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개편안 발표에 대한 절차적인 문제점을 지적한 뒤 “선박금융공사 설립은 대통령 공약 사항인데, WTO에 위배된다면 공약할 당시에 금융위에서는 무엇을 했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정훈 정무위원장 역시 “정책금융 개편안 발표 내용에 실망을 금하지 못한다”면서 “정책금융공사와 산업은행을 분리시켰다가 다시 원위치를 시킨다는 것이 무슨 개편안이냐”며 금융위의 개편안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이날 발제를 맡은 학계 대표들 또한 금융위의 개편안에 대한 성토에 나섰다. 윤석헌 숭실대 교수는 금융위의 개편안과 관련해 “산업은행의 민영화를 대내외 천명했던 정부의 금융정책에 대한 신뢰성에 금이 가게 됐다”며 “정책금융에 대한 책임 소재 역시 불명확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산은과 정금공 통합의 경우 자산규모 200조원의 대형 국책은행이 금융시장에서 민간 금융기관들과 경쟁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기 때문에 금융산업 발전에도 부정적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금융위의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의 김정훈 위원장과 여당 간사인 박민식 의원 지역구가 모두 부산인 점을 주목하고 있다.

정책금융 개편안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부산지역 선박금융공사 설립이 좌초되면서 악화된 지역 여론을 업고 국정감사를 통한 파상 공세가 전망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금융위원회가 기술보증기금 부산본사에서 개최한 금융현안 간담회에서 박인호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상임의장은 “부산이 금융 중심지로 지정되고도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선박금융공사 설립을 통해 선박금융 중심지로 도약하려는 시민들의 열망이 한순간에 사라졌다”며 “선박금융공사 설립이 무산되면 내년 지방선거와 연계하는 등 시민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승규 부산항발전협의회 공동대표는 “조선산업은 장치산업으로 안정적인 금융지원이 필요하다”며 “금융위원회가 선박금융공사 대신 기존 선박금융 관련 조직을 통합한 '선박해양금융센터'를 부산에 두겠다는 것은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면피용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이기환 해양대 교수는 “금융위에서 주장하는 선박해양금융센터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자본증액을 통해 선박금융을 활성화하고 의사결정의 자율권을 보장해 조직과 업무를 확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특히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산업은행 등 기존 기관의 병렬적 업무보다는 중심기관을 지정하고 나머지는 협업기관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선박금융공사는 통상마찰의 소지를 안고 있어 설립이 어렵고 선박해양금융센터를 통해 실질적이고 유기적인 선박금융 지원업무를 강화해 나갈 수 있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견지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같은 입장 차에 따라 정무위 국정감사에서는 두 기관 분리 후 재통합에 따른 수천억원의 세금 낭비와 이를 주도한 금융당국의 신뢰 상실, 선박금융공사 백지화에 따른 정책 실패 책임론이 쟁점화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최초 약속한 선박금융공사 설립 대신 두 기관의 통합으로 정책금융 개편을 마무리하려는 현 정부의 일관성 없는 태도에 대한 집중 추궁이 있을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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