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담보대출’ 월 300억~500억 부진… 조건 까다롭고 현실성 없는 정책 비난
정부의 정책 목표에 맞춰 서민과 중소기업을 위한 금융상품들이 잇달아 출시됐지만 시장에서는 외면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렌트푸어 문제 해결 방안의 하나인 ‘목돈 안드는 전세’시리즈 등은 현실성과 거리가 먼 ‘전시 행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들이 지난달 일제히 내놓은 ‘목돈 안드는 전세Ⅱ(임차보증금 반환청구권 양도방식 전세자금대출)’의 가입자는 현재 38명에 불과하다. 이들이 지난 3주간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기업 등 6개 취급 은행에서 받아간 대출금은 23억원으로, 1인당 6000만원 꼴이다.
1인당 대출 한도를 2억6600만원으로 늘려 전세 가격 상승에 따른 렌트푸어의 부담을 덜겠다는 정책 취지와는 거리가 먼 실적이다. 특히 기존 전세대출 상품과 금리차이가 없는 데다, 대출자 부부합산 연봉 6000만원으로 제한, 전세보증금에 대한 반환청구권을 은행에 양도한다는 내용 등 조건이 까다로운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달 말 출시 예정인‘목돈 안드는 전세Ⅰ(집주인 담보대출 방식 전세자금대출)’에 대한 수요 전망도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출시한 지 5개월이 지난 월세자금대출도 판매 실적이 10건에 그치는 등 초라한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서민의 목돈 마련을 목적으로 금융당국이 18년 만에 부활시킨 재형저축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재형저축은 지난달 말 누적 가입계좌 수가 174만8835개로 전달보다 586개나 줄었다. 이 상품은 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인 지난 1월 가계부채 문제와 노후대책으로 재형저축제도 부활을 요구해 한 달 만에 만들어진 것으로 대표적인 졸속 행정으로 꼽힌다. 이자율이 3.5%에 불과한데도 7년씩 자금을 묶어둬야만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어 소비자 입장에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은행의 ‘동산담보대출’도 월 평균 300억~500억원 정도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지시로 지난 5월 대출대상 완화, 담보인정비율 확대 등 요건을 완화했지만 도입 초기인 지난해 8월 실적(1053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기계나 원자재를 비롯해 가축이나 농수산물 등을 담보로 대출을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담보물 관리가 까다롭고 가치평가가 어려워 은행들이 대출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에서 각종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금융회사에 상품 출시를 강요하는 방식으로 정책 목표를 달성하려다 보니 이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며 “정부 주도로 출시된 금융상품이라고 하더라도 금융기관에게 자율성을 갖도록 하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