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힐링]이광만의 나무 이야기- 자귀나무

입력 2013-10-07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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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만 나무와문화 연구소장

자귀나무는 합환수, 합혼수, 야합수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데, 이는 모두 부부의 금슬이 좋음을 뜻한다. 밤이 되거나 날이 어두워지면 새의 깃처럼 생긴 작은 잎들이 서로 맞접고 붙어서 아침까지 수면운동을 한다. 단순하게 잠을 자는 것이 아니라 밤에만 야합(夜合)을 하는 것이다. 이것은 잎자루 아랫부분에 있는 엽침(葉枕)이 빛의 강약이나 자극으로 인해 엽침 속의 수분이 일시적으로 빠져나오기 때문에 잎이 닫히고 잎자루가 밑으로 처지는 현상이다.

일부에서는 자귀나무라는 이름이 ‘자는 데 귀신’에서 유래했다고 하는 것도 이 수면운동을 보고 붙인 이름이다. 일본 이름 ‘네무노키’ 역시 이러한 수면운동으로 잠자는 모양을 표현하는 이름이다.

아까시나무의 잎은 홀수깃꼴겹잎이어서 가운데 겹잎자루를 중심으로 포개면 맨 끝의 잎 하나가 남지만, 자귀나무는 짝수깃꼴겹잎이기 때문에 양쪽이 완전히 겹쳐져 외로운 홀아비가 생기지 않는다. 이 또한 부부 사이의 금슬이 좋음을 상징한다. 중국 이름 합환수도 부부의 원만함에서 유래됐다.

옛 사람들은 이 나무를 애정목이라 하여 집마당에 심으면 부부의 애정이 좋아지고, 가정이 화목해진다고 믿었다. 요즘같이 부부간에 불화가 많고, 이혼이 흔한 시대에 이 나무의 의미를 다시 한번 음미해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자귀나무는 한여름 연분홍색의 강렬한 꽃을 피운다. 얼핏 보면 나뭇가지 위에서 불꽃놀이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혹은 한복 치마에 수놓은 공작새 같은 단아한 느낌을 주는 우아한 동양의 꽃이라고도 한다. 꽃의 질감이 비단같이 부드럽기 때문에 영어 이름은 ‘실크트리(Silk tree)’다.

속명 알비지아(Albizzia)는 18세기경 자귀나무를 유럽에 처음 소개한 이탈리아 귀족 아인슬리에(Whitelaw Ainslie)에서 유래됐으며, 종명 율리브리신(julibrissin)은 페르시아어로 ‘비단꽃(Silk flower)’이라는 뜻이다. 중국이 원산지이고, 우리나라 남부지방에는 우리나라 특산의 왕자귀나무가 자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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