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연방정부의 셧다운(부분 업무정지)과 부채 한도를 일시 증액하는 합의안에 최종서명 하면서 미국이 사상 초유의 국가부도 사태를 면하게 됐다. 그러나 이들의 합의가 임시적인 조치라는 점에서 더 큰 위기는 내년으로 미뤄졌을 뿐이라는 우려가 월가에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백악관은 1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의회가 제출한 내년 초까지 정부를 운영하기 위한 임시 예산안과 부채 상한을 임시 증액하는 법안에 오바마 대통령이 최종 서명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상원은 부채 상한 협상 데드라인을 하루 앞두고 극적으로 합의안을 도출했으며 이를 표결에 부쳐 찬성 81 반대 18로 통과시켰다. 하원은 상원이 제출한 합의안에 대해 찬성 285 반대 144로 통과시켰다.
오바마의 서명과 함께 이 법안이 발효되면서 미국 연방 정부 소속 공무원들이 17일부터 정상근무에 돌입하게 됐다.
이들이 국가 부도 위기 직전에 극적으로 합의를 봤지만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일시적으로 미뤘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세한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날 의회가 백악관에 전달한 예산안은 2014회계연도 잠정예산안에 합의한 것이 아니라 현 수준에서 내년 1월15일까지 지출을 집행하라는 것이다.
부채 한도도 법정 상한을 현행 16조7000억 달러를 증액하는 것이 아니라 내년 2월7일까지 국가 부채한도를 연장하되 오는 12월까지 양당 협상팀을 구성해 향후 10년간 재정상황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즉 내년 2월 7일까지 증액안이 의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또다시 미국은 디폴트 위기에 놓이게 된다.
논쟁의 씨앗이었던 건강보험개혁안 ‘오바마케어’에 대해서는 가입자의 소득검증을 강화하는 선에서 타협을 봤을 뿐 여·야 양쪽 모두 기존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이번 예산전쟁에서 오바마케어를 대폭 손질하려던 공화당이 연말 강도 높은 정치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돼 정국 불안은 지속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정치권의 예산전쟁이 끝이 아니라 ‘휴전’ 상태로 보고 진짜 위기는 내년에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위든 앤드 컴퍼니의 마이클 퍼베스 글로벌 투자 책임자는 전날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재정 위기의 타임 존이 내년 1~2월 쪽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주요 현안 해결을 미루고 근본적 해결책을 내놓지 않는 미국 정치권의 태도가 경제에 오히려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