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 상품, 원금손실 위험 높아 투자자 스스로 꼼꼼히 따져봐야
‘동양 CP(기업어음)’ 사태 이후 불완전판매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투자자들의 책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단 팔고 보자는 영업 방식으로 4만9000명 투자자들의 종잣돈 1조원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각 금융기관들이 한 푼의 수수료라도 더 챙기기 위해 사활을 건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벌어진 참극이라고 지적했다.
저금리 환경이 지속되면서 금융기관들도 생존을 위해 수수료가 높은 고금리 상품 판매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욱이 동양 사건은 그룹이 나서서 계열사 CP와 회사채 판매를 강요하다 보니 불완전판매 위험에 더욱 노출됐던 셈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제2의 동양 사태를 막기 위해선 금융당국의 철저한 불완전판매 관리 감독은 물론 투자자들 본인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 “투자자들 스스로의 노력과 감독 당국 역할 중요”
김일선 한국투자자보호재단 상무는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해선 투자자들 스스로의 노력과 감독 당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상무는 “고수익을 제공하는 상품은 그만큼 원금 보존의 위험성이 크다는 사실을 투자자들이 인지해야 한다”며 “저금리가 지속되고 모기업의 유동성이 어려워지면 판매사들이 객관적으로 상품 추천을 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시장의 구조적 문제점을 인식하고 추천하는 상품에만 너무 의존하면 안된다”고 밝혔다.
감독 당국 역시 객관적으로 판매사들이 금융상품을 판매하도록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수수료를 떼는 영업방식과 서비스는 이해 상충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 합리적인 보상 체계 마련에도 각 금융사가 노력하는 한편 금융당국의 관리 감독도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금융당국은 이번 동양 사태의 파문에 따라 일부 금융상품에 대한 관리 감독 강화에 나설 전망이다. 국회 정무위 소속 민주당 김기준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번 CP불완전 판매로 도마에 오른 동양증권이 지난 3년간 민원 발생 건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표 참조)
천성대 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기획부 과장은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투자자들은 고수익 상품일수록 원금 손실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상품 가입시 투자설명서를 집 문서 보듯 꼼꼼히 챙겨보며 이해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며 “향후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이 정해지는 대로 협회 차원에서도 판매사들의 완전판매를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지난 17일 정무위 국감에서 “이번 동양 사태는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와 함께 불완전판매가 가장 큰 핵심”이라며 “불완전판매는 감독이나 제도의 문제도 있지만 근본 대책은 금융교육을 강화해 고금리에는 반드시 고위험이 따른다는 인식을 심어야 한다”고 말했다.
◇ 불완전판매 논란에 ODS 영업 도입 시급
특히 이번 불완전판매 의혹이 불거지면서 전자서명을 활용한 증권사들의 ‘ODS(방문판매)’ 영업 필요성이 힘을 얻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불완전판매를 예방하는 주체는 사실 증권사의 몫”이라며 “실제 투자할 때 상품 구조나 위험을 고지하는 것은 증권사의 의무이며, 고객은 이걸 듣고 이해하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또 “고객은 상품 구조나 위험에 대한 고지를 잘 듣고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증권사 입장에서도 ODS영업 방식이 빨리 도입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방문판매는 증권사 영업직원이 고객을 직접 방문, 태블릿 PC를 이용해 상담에서부터 상품가입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영업방식이다. 현재 공정위가 고객의 요청없이 현장에서 계좌 개설을 제외한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경우 방판법 적용 대상에 해당한다고 공식 해석을 내놓아 시행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그러나 지난 4월 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발의한 ‘방문판매 법안 일부 개정안’이 11월 정기국회에서 재논의되고 통과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증권업계 내부적으로도 방문판매법 도입이 최근 불거진 불완전판매를 줄일 수 있다는 대안이라는 데 뜻을 같이했다.
방문판매 시범 운용자로 선정된 NH농협증권 측은 “현장에서 전자서명을 활용한 영업을 하면 고객이 계약 내용을 꼼꼼히 읽고 서명하기 때문에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크게 낮아지는 효과가 있을 전망”이라며 “전자서명을 활용한 금융상품 가입이 불완전판매를 줄일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