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남자도 울리고 가는 늦가을 공허함을 달래는 데는 재래시장만한 곳이 없다. 사람 냄새 풀풀 풍겨 좋고, 옛 추억 새록새록 떠올리는 먹을거리 많아 행복하다. 보는 재미에 먹는 즐거움이 더해져 이리저리 둘러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가을 공허함 따위는 언제 왔다갔는지도 모를 지경이다.
없는 것 빼고 다 있지만 가는 곳마다 “와! 싸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거기에 시골 인심 더해지면 왜 “재래시장, 재래시장” 하는지 알 것 같다.
요즘은 힐링에 복고 트렌드가 어우러져 재래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더 늘었다. 이제는 여행 일정에서 재래시장 투어가 빠지지 않을 정도다.
강원지역을 대표하는 재래시장은 정선시장이다. 특히 정선 5일장은 전국적으로 주목 받는 명소로 다양한 산나물과 채소를 만날 수 있다. 귀하다는 명이나물과 입맛을 돋워주는 어수리나물도 정선장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두릅, 엄나무 순, 고사리, 황기, 산야초, 곤드레 등 다양한 산나물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매월 2일, 7일, 12일, 17일, 22일, 27일 열린다.
충북 괴산장은 지리상 우리나라 한복판에 위치한 재래시장이다. 조선 후기부터 과일, 담배, 땔나무, 철물 등이 거래되면서 시장으로서 면모를 갖췄다. 지금은 민물생선과 의류 등이 주요 거래 품목이다. 특히 청결고추는 괴산 5일장의 명물이다. 매월 3일과 8일에 열린다.
경북 영덕의 영해시장은 동해안 수산물의 메카다. 5일장이지만 평소에도 찾는 이들이 많아 늘 활력이 넘친다. 대게, 멸치, 미역, 생선 등 신선한 수산물과 무공해 농산물이 여행객들의 발길을 잡는다. 그중 영덕대게는 신선한 맛과 저렴한 가격 덕에 일찌감치 명물로 자리잡았다. 영해 5일장은 5일과 10일이다.
경남 창녕장은 부산과 마산에서 1시간 거리로 도심 사람들에게 인기다. 바다에서도 멀지 않아 신선한 해산물을 한자리에서 만끽할 수 있다. 미꾸라지, 잉어. 가물치 등 민물고기와 귀한 약재도 구경할 수 있다. 특히 소 껍질과 그 속살로 맛을 낸 수구레국밥은 창녕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향토음식이다.
이번에는 바다 건너 제주도로 떠나보자. 제주도를 대표하는 재래시장은 서귀포 매일올레시장이다. 신선한 제주바다에서 매일 낚아 올리는 은갈치, 옥돔, 고등어, 자리돔 꽃멸치, 전복 등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어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전남 여수에는 서시장이 있다. 특색있는 먹을거리로 더욱 유명한 이곳은 갓 잡은 싱싱한 수산물이 거래되고 있다. 여수 돌산에서만 생산되는 돌산 갓도 여수를 대표하는 특산물이다. 돌산 갓김치는 조선시대 임금의 밥상에 오르기도 했다.
전북 최대 재래시장은 전주의 남부시장이다. 이곳은 소문난 먹을거리가 많아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인기다. 콩나물국밥과 피순대, 순대국밥, 팥죽, 팥칼국수, 보리밥 등이 대표 먹을거리다. 해가 지면 시장 안에서 푸짐한 안주상을 받아놓고 술잔을 기울여는 고즈넉한 풍경이 연출된다.
재래시장 구경을 위해 멀리까지 갈 필요는 없다. 경기 성남에는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모란시장이 있다. 장터 입구에서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각양각색의 꽃이다.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잡곡, 약초, 의류, 신발, 잡화, 생선, 야채, 음식, 고추, 애견 등 없는 것이 없다.
서울을 대표하는 재래시장은 광장시장이다. 서울 청계천 3, 4가의 광교와 장교 사이에 위치해 광장시장이라 이름 붙은 이곳은 처음에는 농수산물 위주였지만 점차 한복, 직물, 의류, 구제, 침구, 수예, 나전칠기, 주방용품 등으로 다양해졌다. 지금은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종합 도소매 시장이 됐다. 특히 광장시장하면 군침 도는 먹을거리가 떠오른다. 먹거리장터에서는 빈대떡과 각종 전, 마약김밥, 순대, 머리고기, 육회, 동그랑땡 등이 시장 나들이객의 식욕을 자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