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에 대한 정부의 고강도 개혁작업이 공공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상·하수도료, 전기료, 고속도로 통행료 등의 원가보상률이 낮아 공공기관의 노력만으로는 부채감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달말까지 부채가 많은 12개 공공기관으로부터 부채감축계획을 제출받은 뒤 민간전문가 등과 함께 이를 점검하고 1분기중 요금조정, 재정투입, 제도개선 등 정책패키지를 마련해 추진할 계획이다.
12개 기관은 수자원공사, 철도공사, 도로공사, 철도시설공단, 한국전력(한수원 등 발전자회사 포함), 석유공사, 석탄공사 등으로 대부분 공공요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들 기관이 떠안고 있는 부채는 412조3천억원으로 국가부채(443조원)에 맞먹는다. 더욱이 빚 가운데 금융부채가 305조2천억원에 달한다. 하루 214억원씩 연간 이자로 지급되는 돈만 7조8천92억원이다.
12개 기관중 예금보험공사와 장학재단을 제외한 10개 기관의 부채는 358조1천억원, 부채비율은 245.3%다.
이를 정부가 목표로 내건 2017년 200%까지 맞추려면 산술적으로 앞으로 4년간 66조원의 빚을 줄여야 한다. 이자비용을 뺀 숫자다.
그러나 한국전력, 철도공사의 작년 순손실이 3조780억원, 2조8천억원에 달하고 가스공사, 도로공사의 당기순익이 3천620억원, 832억원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자산매각, 사업축소만으로는 획기적인 수익성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
더욱이 이들 공공기관의 사업은 도로, 철도, 전력, 도시개발 등 사회간접자본시설(SOC)이 대부분인데다 지역민원 사업이 많아 국회 등의 압력으로 줄이거나 중단하기가 쉽지 않다.
도공, 한전, 수공 등은 이미 10월 기재부를 통해 국회에 제출한 '2013~2017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서 요금인상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도공은 경차 할인, 출퇴근 할인 등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제도를 줄이고 서울 외곽순환선 무료구간을 유료로 전환할 뜻을 전달했다. 한전은 전기요금을 적정원가, 적정투자보수 등을 고려한 총괄원가 회수를 기준으로 매년 조정한다는 계획을, 수공은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인 2.5% 수준으로 상향 계획을 세웠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작업이 요금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데 동의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요금 인상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수순은 공기업 경영이 정상화된 뒤 요금정상화로 가야 한다. 방만경영 등 문제가 제대로 정리돼야 요금정상화의 명분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도 "분석해보면 원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공공요금이 공공기관 부채의 큰 문제"라며 "이 논리라면 (요금은) 자연스럽게 올리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 역시 요금인상 필요성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선(先) 자구노력- 후(後) 요금인상'이 전제조건이다.
최광해 기재부 공공정책국장은 "공공기관이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철저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자구노력에 의해 부채충당이 가능하다면 더이상 조치가 필요없지만 안 되면 물가 등 다른 상황을 고려해서 요금인상 부분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