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공포에 매출 반토막… 8월부터 128곳 사라져
지난 16일 오후 7시 서울 금천구 시흥동의 한 초밥전문집. 100평 남짓 규모의 초밥집에는 연말연시 특유의 북적거림 없이 한산한 냉기만 감돌았다. 이 집은 유명 초밥전문점 분점으로, 4년전 개업 이후 성장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지난 8월부터 매출이 급감, 전년 대비 30~40% 매출이 줄었다. 사장은 일본 원전 때문이라며 울상 지었다.
일본 수산물을 무작정 수입한 정부가 야속하다는 주인은 기자를 붙잡고 오랜 시간 불만을 털어놨다. 대책을 묻자 “손 놓고 기다릴 뿐”이라는 허탈한 대답만 돌아왔다.
바로 옆 소규모 횟집 사정은 더 처참했다. 40평 조금 넘는 횟집에는 두 테이블만 손님이 찼다. 매출을 묻자 주인은 한숨부터 내쉬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반토막이에요, 반토막." 지난 6월부터 꾸준히 적자를 봤다. 가게세는 석달이나 밀렸다. 개업한 지 12년이 지났지만, 지금처럼 장사가 안 된 적은 없었다. 10년간 동고동락 한 종업원 2명도 내보냈다. 주인은 "이 놈의 방사능이 뭐라고"라며 언성을 높였다.
대형 일식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지하에 위치한 어가일식은 연말까지만 영업한다. 일본 방사능 공포로 손님이 급감하고 적자가 늘자 폐업을 선택한 것. 내년 2월 레스토랑으로 업종을 변경해서 재오픈할 예정이다.
일본 원전 사태로 수산물 소비가 급감하면서 일식 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좀처럼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불황에 허덕이는 일식업계와 해산물 취급 한식점은 가파른 매출 하락에 창업이래 가장 큰 위기에 직면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전년 대비 128개의 일식집이 사라졌다. 사실상 폐업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횟집 사장은 "권리금 없는 가게가 수두룩해요. 나온 게 전부 일식집, 횟집이라니까"라며 귀뜸했다.
일본 방사능 후폭풍은 해산물류전문점까지 영향을 미쳤다. 농수산물유통공사의 '3/4분기 한국외식업경기지수(KRBI)'를 보면 지난해 업종전체 경기지수를 웃돌던 해산물류전문점(68.78)과 일본음식점(70.13)은 올 3분기 들어 업종전체(72.44)에 못미쳐 일식업계의 가파른 하락세를 방증했다. 미래 전망 역시 밝지 않다. 일식 고객이 가장 큰 폭으로 감소(80.52)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정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홈페이지에 일본산 식품의 방사능 검사 결과를 매일 공개하고 있다. 국민들의 방사능 불안감을 덜기 위해서다. 식약처에 따르면 이달 들어 방사능 검출 식품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오히려 올해 검출된 식품 건수(9건)보다 지난해 검출된 식품(101건)이 현저히 많았다.
정부 노력에도 업계가 내뱉는 한숨의 무게는 여전하다.
롯데호텔 일식당 모모야마 홍보팀 관계자는 "생선 자체를 먹지 않는 추세와 함께 국내산 회까지 기피하는 현상이 생기며 전년 대비 매출액이 감소했다"며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지금 같은 흐름이 멈추기를 기다릴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