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작가 구현모의 개인전이 인사동 PKM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집에 주목해 온 작가는 이번 개인전의 주제도 그가 초등학교 시절 살았던 사직동의 이름을 따 ‘사직동전’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어느날 그가 25년 전 살았던 서울 사직동을 찾았는데, 어린 시절부터 기억하고 있던 사직동의 풍경과 다시 본 풍경이 무척 달랐다는 점에서 ‘공간이 주는 무언의 영향’을 주목했다.
어린 시절 기억과 현재의 인상을 결합시켜 또 하나의 사직동을 전시장 안에 만든 것이다. 한 템포 느리게 편집한 잔잔한 음악은 전시장에 퍼지며 작품의 서정성을 불어넣는다.
전시장 1층에 설치된 작품 ‘지붕’은 보는 장소에 따라 지붕이 되기도 하고 바닥이 되기도 한다. 전시장 1층이 바깥보다 낮은 덕에 밖에서 전시장 안을 들여다보면 작품의 지붕을 바닥처럼 밟고 있는 듯하다. 동네마다 고유의 기울기가 있다는 게 작가의 생각이다.
이런 반전은 어린 시절 사직동 골목길을 형상화한 작품에서도 나타난다. 어린 시절 딱지치기를 하며 놀던 공간이 시간이 흐른 후 찾아보니 집과 집 사이 생긴 틈이었다고 구 작가는 설명했다.
작가는 이와 함께 독일에 거주할 때 창문 너머로 보이던 풍경을 담은 영상도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