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계열사를 중심으로 한 알뜰폰 업체들이 휴대폰 보조금을 확대 지급하며 가입자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알뜰폰 업계도 소수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최근 CJ헬로비전, SK텔링크 등 대기업 계열사들이 대당 30만원 수준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저가 경쟁에 돌입하며 가입 수요를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업계에 따르면 2014년 1월말 기준으로 알뜰폰 전체 가입자 260만명 중 약 40%를 CJ 계열사인 CJ헬로비전(62만명)과 SK텔레콤 자회사인 SK텔링크(40만명)가 차지했다. 아이즈비전, 한국케이블텔레콤, 에스원 등 26개 중소사업자 대부분은 1만~2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는 데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최근 대기업 계열사 업체들이 번호이동을 통해 확보한 가입자 수는 압도적이다.
한국통신사업자협회의 ‘2013년 알뜰폰 번호이동 통계’에 따르면 CJ헬로비전은 지난해에만 36만7756명의 가입자를 번호이동을 통해 늘렸다. SK텔링크 역시 번호이동으로 16만2297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양사는 2012년 말과 비교할 때 CJ헬로비전은 2배, SK텔링크는 5배 가량 가입자가 늘어났다. 반면, 26개 중소업체의 가입자 수는 평균 1.6배 증가하는 데 그친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알뜰폰 업체가 외형적으로는 성장하고 있지만 지나친 저가경쟁으로 사업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은 지난해 400억원의 손실을 봤을 정도로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결국 보조금을 앞세운 저가경쟁이 지속되면 자본금이 적은 중소사업자는 고사위기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중소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자본금의 여력이 있는 대기업 계열사 업체들이 보조금까지 확대 지급하면서 가입자 유치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알뜰폰 업계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대기업 계열 사업자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CJ헬로비전 김진석 대표는 지난 3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알뜰폰 시장에 이상한 형태의 대기업 프레임(제약)이 돌아가고 있다”며 “마치 중소기업은 보호돼야 하고 대기업은 무조건 배제돼야 한다는 논리가 적용되면서 알뜰폰 시장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미래창조과학부 측은 현재 알뜰폰 시장점유율이 4% 정도에 불과해 휴대폰 보조금 지급을 통한 시장과열 우려는 없다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