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제조사 담합이 문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
방송통신위원회가 ‘211 보조금 대란’을 놓고 이동통신사들에게 강력 경고했다. 그러나 이통사들의 보조금 전쟁은 되레 심해지는 양상을 보여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4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방통위가 211대란 주도 사업자 가중처벌을 경고한 당일에도 대당 90만원에서 100만원의 보조금이 살포됐다. 방통위는 지난해에만 이통 3사에 총 1786억7000만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보조금 과열 현상은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악순환의 원인으로 제조사와 이통사, 유통사의 뿌리 깊은 담합관계를 지목한다.
현재 휴대폰 유통구조는 먼저 제조사가 이통사에 휴대폰을 공급한 후, 통신서비스 가입을 통해 고객의 손에 휴대폰이 들어가는 방식이다. 만약 고객이 제조사로부터 직접 휴대폰을 구매한 후 통신서비스에 따로 가입하면 100만원을 호가하는 휴대폰 기계 값을 전부 내야 한다. 하지만 고가 요금제를 쓰는 조건으로 이통사를 통해 휴대폰을 사면 보조금 명목으로 최소 27만원의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종종 스팟성으로 공짜폰이 풀리기도 한다. 이때 보조금은 이통사, 제조사, 유통사 모두 조금씩 분담해 누가 얼마를 줬는지도 모른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제조사는 프리미엄폰을 손쉽게 팔아 시장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이통사는 고객에게 비싼 요금제를 사용하도록 강제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유통사는 유통마진을 남긴다. 피해는 결국 높은 할인을 받지 못한 대부분의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려면 TV시장처럼 통신서비스와 단말기 판매를 분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TV시장의 경우, 제조사와 케이블사 모두 고객이 원하는 업체를 선택할 수 있는 구조다. 이렇게 되면 제조사와 캐이블사는 각자의 영역에서 자연스럽게 경쟁을 하게 된다. 이에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 역시 수차례에 걸쳐 “장기적으로 통신서비스와 단말기 판매는 분리돼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얽혀 있어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방통위가 부과하는 과징금은 모자란 세수를 거두는 ‘세금잔치’로 변질된 지 오래”라며 “통신서비스와 단말기 판매만 분리하면 되는데, 이러한 노력들이 정치논리에 의해 좌절되기 일쑤”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재벌 이통사와 제조사의 담합구조 속에서 보조금을 뿌리는데 알뜰폰을 구매하는 사람은 ‘호갱(호구와 고객의 합성어)’이다”며 “통신요금 안정과 소비자의 고른 혜택을 위해 정부의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