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소치올림픽이 남긴 것…공정(公正) [김민정의 시스루]

입력 2014-02-24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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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정말 좋아하는 운동을 하고 싶었고, 믿어주는 곳에서 마음 편히 운동하고 싶어 러시아에 왔다”(안현수), “김연아가 올림픽 챔피언이 될 거라고 정말 확신했다. 하지만 정말 실망했고 지금 화가 난다. 판정에 얽힌 논란이 피겨스케이팅의 인기를 떨어뜨릴 것이다”(카타리나 비트), “컬링의 경우 비인기 종목이라는 이유로 태릉선수촌 식사 대상에서도 제외돼 선수들이 외부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한다고 한다”(정우택 최고위원)

‘안현수 귀화 문제’ ‘빙상연맹의 파벌논란’ ‘김연아의 편파판정’ ‘컬링 선수 차별대우’ 등 시끄럽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4 소치동계올림픽이 마무리되고 있다. 지난 7일부터 러시아 소치에서 시작된 동계올림픽에서 짧은 기간 동안 우리 사회 쳬육계 저변에 깔려있는 어두운 그림자를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수십 년간 곯아있던 온갖 문제들이 약 17일 간의 올림픽 기간에 순식간에 수면위로 떠올랐다. 이와 동시에 곳곳에서 한숨과 탄식이 끊이질 않았다.

(사진=AP뉴시스)

이번 소치올림픽이 우리에게 일깨워준 것은 무엇일까. 바로 공정(公正)이다. 안현수는 쇼트트랙 신동이였다. 김동성의 뒤를 잇는 선수라며 그에 대한 기대 또한 높았다. 2006년 토리노올림픽에서 1000m, 1500m 개인과 쇼트트랙 5000m 계주에서 금메달, 5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며 올림픽 대회에서 한 번에 가장 많은 메달을 딴 선수로 꼽히기도 했다. 이후 부상 및 파벌 문제, 빙상연맹과 갈등, 국가대표 선발 탈락, 성남시청 소속팀 해체 등 빙상 위에 설 수 없다는 좌절과 방황으로 결국 2011년 12월 러시아로 귀화했다.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는 빅토르안이라는 이름으로 러시아에 금메달을 3개나 안겼다. 2006년 토리노올림픽 안현수와 2014년 소치올림픽 빅토르안, 그는 공정한 심판대 위에 서기 위해 온갖 설움을 뒤로 한 채 약 8년간 피땀 어린 노력은 해왔을 것이고, 그에 마땅한 당당한 결과물을 받아들었다.

소치올림픽에서 신선한 재미를 안기며 급부상한 컬링 역시 마찬가지다. 비인기종목이라는 이유로 차별대우를 받으며 힘들게 훈련을 이어온 컬링대표팀이 우선순위에 밀려 촌외종목으로 지정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사진=연합뉴스

공정의 틀에서 벗어난 가장 부덕한 일이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이 아닐까. 김연아는 러시아 소트니코바에 금메달을 내줬다. 그러나 무언가 석연치 않다. 김연아는 점프에서 착지까지 완벽한 모습을 연출한 반면 러시아 아델리나 소트리코바는 착지 시 중심이 흔들렸고 비틀거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해당 동영상은 삽시간에 포털사이트 곳곳을 장식했다. 여기에 김연아가 트리플 플립 가산점을 0점으로 채점한 심판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편파판정 논란이 일었다. 갈라쇼에서도 금메달리스트인 소트니코바는 실수를 연발했다. 과연 2014년 피겨 여왕의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이러한 논란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응은 극도로 소극적이다 못해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앞장서 강력한 항의를 해도 모자랄 판에 “공식적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뒤로 물러났다. 불공정을 스스로 저지르고 있는 빙상연맹이 불의에 저항해 적극 의견 표명을 하는 것이 스스로 부끄러운 탓이었을까.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다.

공정을 잃어버린 곳에 미래가 있을까. 이번 소치올림픽은 우리에게 많은 깨우침을 가져다줬다. 다음 올림픽은 우리나라 평창이다. 실력을 고스란히 인정받지 못하는 부조리한 구조적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 국제적인 위상을 떨치는 올림픽 개최국이 될 수 있을까. 스포츠인에게 가장 정상적인 덕목은 ‘정정당당(正正堂堂)’이다. 올해와 같은 불명예를 재연하지 않기 위해 향후 4년간 철저하고 공정하게 준비해야함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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