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를 앞둔 이동통신 3사의 가입자 유치 경쟁이 극에 달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번지고 있는 보조금 살포 전쟁은 여전하고, 경쟁사 비방이 버젓이 행해지고 있어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고 있다.
회사원 김태경(28) 씨는 휴대폰을 바꾸기 위해 서울 종각에 위치한 이통 3사의 매장을 둘러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얼마전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던 ‘211·228 대란’을 말로만 전해들은 김 씨는 매장에서의 행태를 보고 "그야말로 서로 물고 물어뜯는 형국"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공짜로 스마트폰을 얻게 됐으니 소비자에게는 오히려 잘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최근 온라인에 벌어진 보조금 대란 사태에 이어 오프라인 대리점도 번호이동을 조건으로 최신 스마트폰을 거의 공짜로 제공하고 있다. 3사 매장 모두 “영업정지 임박했으니까 공짜로 드리는 겁니다. 정책이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지금 바꾸지 않으면 조건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통 3사의 막바지 보조금 살포가 온라인에서 오프라인 대리점까지 확산했다는 의미다.
기자가 직접 찾은 서울 종로의 한 대리점에선 출고가가 95만4800원인 베가시크릿업과 89만원인 갤럭시S4를 일정 조건에 공짜로 제공했다. 발품만 잘 팔면 최대 95만원 가량의 보조금까지 받을 수 있었다.
대리점 직원은 “영업정지가 얼마남지 않아 보조금이 많이 풀렸다”며 “갤럭시S4나 베가시크릿업으로 2년 약정에 월 6만9000원 요금제를 3개월 쓰는 조건으로 단말기 할부원가를 공짜로 제공한다”고 말했다. 가입을 머뭇거리자 사실을 왜곡한 내용으로 가입을 유도했다. 이 직원은 “S사 경우 5일부터 12일까지 영업정지에 들어가 그곳 대리점으로 가봤자 가입이 불가능하다”고 귀띔했다.
근처에 위치한 경쟁사의 대리점도 마찬가지였다. 옵티머스 G프로2와 갤럭시S4의 할부원가를 54만9000원, 39만원에 팔았다. 두 제품에 각각 45만원과 50만원의 보조금을 투입한 것이다. 이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보조금 가이드라인 27만원을 훌쩍 넘은 금액이다. 또 다른 경쟁사 대리점에서도 갤럭시S4와 옵티머스 G프로2에 각각 40만원과 45만원의 보조금을 줬다.
이들 대리점에서는 보조금 경쟁 뿐 아니라 경쟁사 가입자를 빼앗기 위한 상호 비방전도 버젓이 자행되고 있었다. 어느 대리점에서는 ‘화웨이 장비는 도·감청 위험, 안전한 장비쓰는 OO로 옮기자’는 문구를 적어놓았다. 또 자회사에서 실시한 실험결과를 근거로 통신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내용의 선전문구도 곁들여 놓았다. 물론 SNS에도 이통3사와 관련해 근거없는 비방 루머가 수없이 돌아다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번호이동 고객 유치를 위해 소위 알바를 고용해 온라인과 SNS를 도배하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