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아하고 여성스럽다. 늘씬한 키에도 왜소한 체격 탓에 야리야리한 이미지를 풍긴다. 브라운 관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강예솔의 첫인상이다. 그는 현재 방송 중인 KBS 1TV ‘정도전’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부곡민으로 유배 온 정도전에게 역성혁명이라는 대업의 꿈을 불어넣는 양지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지금은 KBS TV 소설 ‘순금의 땅’에서 타이틀롤을 맡아 억척스럽지만 밝은 캐릭터로 거친 땅을 인삼밭으로 일궈 마을을 일으키는 여장부로 변신해 열연 중이다.
“아침드라마다 보니 엄마 주위에서 반응이 온다. 반응은 LTE인데 몸소 체험하지는 못했다. 근래 들어 KBS 구내식당을 이용한다. 식당에 가면 ‘아 순금이다’라며 알아봐 주신다. 어제도 촬영 끝나고 매운탕을 먹으러 갔는데 서비스로 수제비를 너무 많이 주셨다. 너무 감사했다.”
강예솔은 ‘정도전’과 ‘순금의 땅’에 연이어 출연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 데뷔 7년 만이다. 지난 ‘순금의 땅’ 제작발표회 당시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이 오르기도 했다.
“처음에는 얼떨떨했다. 감사하고 행복한 느낌이다. 촬영해서 직접 보지는 못했다. 설레고 두근거렸다. 한편으로는 책임감도 크다. ‘정말 잘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28~29세 때는 조금 있으면 서른인데, 서른에는 일을 못할 줄 알았다. 신인 여배우의 생명이 끝인 줄 알았다. 그런데 서른이 넘어가면서 일을 더 많이 하게 됐다. 마음의 여유가 없이 조급해서 그랬던 게 아닌가 싶다.”
강예솔의 20대는 치열했다. 욕심이 넘쳤다. 무엇이든 완벽하게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이다.
“손에 움켜쥐고 무엇이든 하려고 했다.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주변 것을 못 봤다. 놓친 것이 많았다. 가장 예쁘고 가장 빛날 때 가장 욕심부려서 빛을 본 게 아닐까. 순수한 열정에 욕심이 더해져서 그랬던 것 같다.”
치열한 20대를 사는 동안 쌓인 경험과 실력은 헛된 것이 아니었다. 세상에 공짜가 있을까. 약 7년간 노력한 결과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대하드라마 ‘정도전’에서 캐스팅 돼 짧은 시간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하며 극에 몰입도를 높였다.
“대하드라마에 나오시는 분들은 연기 내공이 어마어마하신 분들이다. 모든 연기를 할 때 조재현 선배님이 주는 눈빛과 호흡을 받아서 연기했다. 그냥 대사만 하면 되는 분위기와 환경을 만들어 주셨다. ‘이렇게 해도 연기가 되는 구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극 중에서도 스승이었는데 진짜 스승이고 선배님이었다. 정말 잊지 못할 것이다. 카리스마 있는 눈빛, 현장에서 보냈던 다정한 말투, 나에게 해줬던 조언 등 모든 것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강예솔은 감독님께도 감사의 뜻을 표했다.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올해 2월 초까지 약 2개월간 촬영하면서 데뷔 이후 지난 7년간 배운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알게 됐단다.
“촬영 중간 쉬는 시간에 수다를 떨고 있었는데 감독께서 부르더니 ‘촬영 들어가기 직전까지 감정이 어떤 상태인지 집중하고 있어야지. 이게 뭐 하는 거냐’고 하시더라. 그간 드라마 촬영을 했지만 촬영 들어가기 전에 준비자세를 알려준 건 처음이었다. 캐릭터 표현과 연기는 실생활의 연장선의 하나라는 것을 깨닫게 해줬다. 인상적이었다. 좋은 기회였고 축복이었다.”
강예솔은 ‘정도전’ 이후 다시 한 번 마음을 가다듬고 현재 ‘순금의 땅’에 모든 에너지를 쏟고 있다. 쉴 틈도 없이 바로 다른 드라마의 주연을 맡아 이끌어 나가는 것에 부담감이 컸을 법하다. 어떻게 준비했을까.
“시대극은 어렵다. ‘정도전’과 ‘순금의 땅’ 두 작품을 동시에 하게 된 것은 정말 행운이고 엄청난 기회임은 분명한데 진짜 어려웠다. 장르도 다르고 캐릭터도 달랐다. 특히 아역배우들이 너무 잘해줬고, 잘 이어나가야 하는데 쉽지 않았다. 그래서 1960년대 유행했던 단어들, 물건들을 찾아 도움 받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지 고민했다. 순금이가 되기로 했다. 내가 순금이가 돼 순금이처럼 살기로 마음먹었다. 조급해 하지말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순금의 땅’은 1/3정도 왔다. 아직 장기간 마라톤을 해야한다. 150부작의 대장정이 마무리 됐을 때 강예솔은 어떤 배우로 성장해 있을까.
“많은 사람이 나를 ‘순금이’로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예전에는 ‘강예솔’로 기억해주길 바랐다. 그러나 극 중 역할로 인정받는다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연기자 강예솔이 아닌 캐릭터 속 누군가로 남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강예솔은 연기 하면서 느끼는 짜릿함과 설렘, 긴장감에 무뎌지지 않기를 바랐다. 얼굴이 예쁜배우가 아닌 대중에 예뻐보이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포부도 함께했다. ‘순금의 땅’이 종영되는 약 6개월 이후 강예솔은 어떤 배우로 성장해있을지 기대 하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