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고에 신뢰 추락…“빙산의 일각, 언제 어디서든 또 터질수도” 초긴장
국민은행이 비자금 조성, 대출사기, 문서 위조와 횡령 등 연이은 금융사고로 시장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이건호 행장은 지난해 11월 100억원대 국민주택채권 사기 사건으로 대국민 사과로 사태수습에 나섰지만 내부 비리는 좀처럼 개산되지 않고 있다.
최근 임영록 회장은‘뼈를 깎겠다’며 조직 쇄신안을 발표했지만 1조원대 허위 입금증 발급과 24억원 예금 횡령 사건이 또 발생했다.
은행 내부에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 어디서부터 수습해야 할지, 조직의 신뢰성, 개인의 도덕성에 의구심이 드는 수준”이라며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나온다.
◇금융사고 주인공, 왜 국민은행인가? = 지난 6일 국민은행에서 1조원 규모의 허위 입금증 등 사문서가 위조 발급된 사고가 발생했다. 부동산개발업자와 입을 맞춘 한 영업점이 실제 있지도 않은 입금 및 지급 예정 확인서 등을 발급해 부동산개발업자가 사기를 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다.
이를 두고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에서 있어서는 안될 비상식적인 사례”라며 “조직의 내부통제를 벗어나 금융인으로서 기본적인 윤리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비상식적인 사고로 여론의 질타를 받은 다음날, 이번에는 팀장급 직원이 관리하던 친인척 자금 24억원이 사라져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알고 보니 예금계좌를 관리하던 팀장이 임의대로 돈을 인출해 놓고서는 그동안 가짜 통장 내역서만 보내왔던 것이다.
이같은 연이은 금융사고의 원인은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간의 합병 후 내부적으로 곪아터진 파벌 싸움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내부적으로 1채널인 국민은행 출신과 2채널인 주택은행 출신 간의 알력 다툼에 직원들이 업무에 집중하기보다는 줄서기에 골몰하면서 각종 사건·사고를 야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외국인 지분 60% 이상을 차지하는 등 주인이 없는 상태에서 ‘관치금융·낙하산 인사’가 반복되면서 해이해진 기강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MB정부 이후 지금까지 KB금융 회장에 선임된 황영기, 어윤대, 임영록 회장을 비롯해 민병덕, 이건호 행장 등 모두 낙하산 논란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다. 이처럼 낙하산 인사는 내실 성장보다 단기 성과에만 급급해 각종 금융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면 아래 또 다른 금융사고가 있다 = 현 정부 들어 급증하고 있는 금융사고는 비단 국민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3월 농협은행, 신한은행 전산마비 사태를 시작으로 이어 STX그룹이 무너졌고 하반기에는 동양그룹 사태로 마침표를 찍고 말았다.
해가 바뀌자 금융사고의 규모 또한 ‘사상 최대’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였다. 금융권에서 사상 최악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터져나왔다. 이어 사상 최대 규모의 1조8000억원대 사기대출 사건이 터졌다. 금융회사의 허술한 내부통제, 직원들의 희미한 윤리의식, 금융당국의 겉핥기식 검사와 감독 등 사건·사고 원인 3박자가 빚어낸 결과물이다.
문제는 사태 수습과정에서 금융당국이나 금융회사 등이 치밀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아직까지 진행되고 있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수습 과정이 오히려 논란을 키웠다.
그 사이 금융권에 대한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됐다. 잇따른 사고로 금융업의 생명인 신뢰가 땅에 떨어졌고 수익은 악화일로다. 더욱이 금융사고가 금융회사 마케팅(영업정지)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수면 아래 있는 또 다른 금융사고가 언제, 어디서 터져나올지 모른다는 것이다. 최근 터진 금융사고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돌고 있다.
금융권 한 인사는 “국민은행 도쿄지점에서는 지점장이 2010년부터 불법 대출했고, KT ENS 대출사기는 2009년, 국민주택채권 위조는 2010년부터 최근까지 지속되는 등 최근 금융사고는 단시간에 일어난 게 아니다”며 “어느 금융회사 내부적으로 이와 비슷한 사건이 진행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