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과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태를 놓고 긴급 현안 질의가 열린 작년 10월 1일. 오전 질의에 이어 오후 2시 정각 속개돼야 할 회의가 71명밖에 없어 계속 지연됐다. 박병석 국회부의장이 의원들의 이름을 한명 한명 호명하며 출석을 부르는 웃지 못 할 상황이 전개됐다.
세월호도 국회의원들의 고질병인 ‘지각’과 ‘땡땡이’를 막지 못했다.
여야는 20~21일 양일간 본회의를 열어 정홍원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을 출석시킨 가운데 세월호 사고에 대한 긴급 현안 질의를 실시했다.
첫날은 재적의원 288명 가운데 268명이 출석했고, 오후 속개 때도 212명이 재석했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이것도 적다고 하겠지만 그동안의 사례에 비춰볼 때 이 정도 출석률이면 훌륭한 편이다.
문제는 질의 이틀째인 21일 벌어졌다. 여야는 오전 10시부터 본회의를 열고 질의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첫 번째 안건인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 출석 요구의 건’을 가결할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아 본회의 개의가 늦춰졌다. 이 안건을 처리하려면 재적의원의 과반(145명)이 출석해야 하지만 개의예정 시간에 자리를 지킨 의원은 100명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
본회의장 바깥에서는 의원들의 신속한 출석을 요청하는 안내 방송이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사회를 맡은 이병석 국회부의장도 본회의장 밖에 있는 의원들에게 “본회의장으로 들어와 달라”고 거듭 요구했다. 그래도 성원이 안 되자 이 부의장은 “일단 긴급 현안 질의를 시작한 뒤 최 위원장 관련 안건을 처리하자”고 제안했지만, 여야는 원래 순서에 따라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10시 30분이 지나서야 145명이 채워져 의사일정이 시작될 수 있었다. 오후 본회의 때도 예정시간보다 13분이 지난 오후 2시 43분 의사정족수(58명)가 겨우 채워져 회의가 속개됐다.
현안 질의가 진행되는 동안 자리를 지킨 의원 역시 80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지각도 모자라 3분의 2 이상이 ‘땡땡이’를 친 것이다. ‘국회의원 땡땡이 방지법’이라도 만들어야 할 판이다.
그렇다고 질의 내용이 충실했던 것도 아니다. 총리와 장관을 세워놓고 윽박지르고 의혹만 제기하는 데 급급했다. 관피아 방지나 정부조직개편 등 정작 중요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렸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아 후보 지원 등에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점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다른 문제도 아니고 전 국민을 분노와 슬픔에 빠뜨린 세월호 사고 문제를 다루면서 보인 여야 의원들의 행태는 해도 너무했다. 세월호 피해자 가족은 물론 국민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이런 현안 질의라면 차라리 열지 않는 편이 나았을지 모른다. 정치권의 깊은 반성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