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27·LA 다저스)의 어깨는 건재했다.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처음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던 류현진이 ‘언제 그랬냐’는 듯 눈부신 피칭을 선보였다.
류현진은 2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시티필드에서 열린 2014시즌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뉴욕 메츠와의 원정경기에 24일 만에 마운드에 올라 6이닝을 9피안타(1피홈런) 2실점으로 막고 시즌 4승(2패·평균자책점 3.00)을 달성했다.
특히 류현진은 이날 경기에서 9개의 삼진을 뽑아내며 메츠 타선을 잠재웠다. 스트라이크 존 구적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제구력이 돋보였다는 평가다.
1회 후안 라가레스(25)와 데이비드 라이트(32)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2회에는 커티스 그랜더슨(33)과 앤서니 레커(31)를 삼진으로 처리했다. 류현진은 이후에도 제이콥 디그롬(26), 그랜더슨(이상 3회말), 에릭 캠벨(26), 윌머 플로레스(23·이상 4회), 레커(6회)에게 각각 삼진을 잡아냈다.
장시간 휴식을 취한 만큼 직구 구속도 회복됐다. 직구 평균 구속은 91.5마일(147㎞), 최고 구속은 94마일(151㎞)이었다.
이에 따라 류현진은 시즌 초반 목표했던 2년 연속 10승 이상과 2점대 평균자책점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우선 두 자릿수 승수는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올 시즌 8경기에 등판해 4승을 챙겨 50% 승률을 보이고 있는 류현진은 부상만 당하지 않는다면 23번의 선발 등판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 중 11승만 챙겨도 15승이다.
박동희 MBC 스포츠플러스 야구해설위원은 “단 하루만 쉬어도 이전 감각을 잃는 선수가 많다. 그러나 류현진은 무려 24일나 공백이 있었음에도 놀라운 피칭을 선보였다. 체인지업 실투로 홈런을 맞은 것을 제외하면 완벽한 투구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직구 구속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류현진은 이날 89개의 공을 던져 허용한 9안타 중 3개는 체인지업이었다. 즉 직구 구속의 저하가 체인지업 등 변화구 구사마저 어렵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날 경기에서도 4회까지 매회 2삼진을 기록하며 위기를 넘긴 류현진은 경기 중반으로 갈수록 구속 저하가 눈에 비쳤다. 결국 6회에는 신예 캠벨에게 체인지업(134㎞)을 던져 투런 홈런을 허용했다.
류현진은 평소 직구로 볼카운트를 유리하게(0-2·1-2) 끌고 간 뒤 체인지업으로 유인하는 볼 배합을 즐긴다. 이날 경기에서도 그랬다. 그러나 올 시즌 고전했던 경기는 전부 직구 구속이 문제였다. 직구 구속이 떨어지면 체인지업과의 구속 차이가 줄어드는 만큼 타자들의 대응이 좋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류현진의 주요 볼 배합인 ‘직구-직구-체인지업(변화구)’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경기 중반 90마일(145㎞) 이하로 떨어지는 직구 구속 유지가 과제로 남게 됐다.
이에 대해 박동희 해설위원은 “후반으로 갈수록 구속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경기 초반 직구 구속이 94마일까지 나왔지만 투구 수가 많았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류현진의 스테미너에는 전혀 문제점이 없다. 무엇보다 류현진은 원정경기 성적이 좋은 특별한 선수다. 그만큼 체력과 적응력이 뛰어나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