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이날 오전 9시 50분께 고양 종합터미널 화재로 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오전 11시 20분께 도재난본부는 사망자 7명, 부상자가 20명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컨트롤타워 격인 도재난본부와 현장의 일산 소방서가 파악한 사상자 수는 달랐다.
실제로 일산 소방서 측은 “사망 6명, 부상 27명”이라고 발표했고, 이후부터 사망자 숫자를 놓고 재난본부의 발표는 5명→6명→7명→5명→6명으로 계속 번복됐다.
그리고 최종 사망자 수를 파악한 시간은 사고가 발생한 지 무려 5시간이 지난 오후 2시였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소방당국의 사후조치가 아닐 수 없다.
세월호 참사 당시 승선자와 사망자, 구조자 수를 놓고, 수차례 번복해 논란이 된 게 엊그제 같은데 또다시 오락가락하는 것을 보니 참으로 한심스럽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에 따른 사망자 수는 아직도 번복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이는 해양경찰청이 발표한 바 있는 번복 사례들을 종합해 보면 여실히 알 수 있다.
해경은 지난 7일 중간수색 결과 브리핑에서 “잠정 확인된 인원은 탑승자 476명, 생존자 172명, 사망자 269명, 실종자 35명”이며 “탑승자 수는 변동이 없지만, 구조자가 2명 감소하고 실종자가 2명 늘었다”고 밝혔다.
이어 해경은 실종자의 경우 명단에 없던 중국인 2명을 신용카드 매출전표 확인 등을 통해 추가 발견했으며 구조자는 동일인의 중복기재 1명, 오인신고 1명이 발견돼 2명이 줄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은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해경이 언급한 중국인은 이도남, 한금희씨로 지난달 21일과 23일 발견됐다. 이게 무슨 경우란 말인가. 해경은 이미 신원확인이 이뤄지고 장례까지 치른 이들을 아직 세월호에 남아 있는 것으로 발표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해경이 이날 발표한 승선자와 생존자, 사망자 수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3주 동안 무려 일곱 번째 번복 사례라는 점에서 이를 보는 국민의 불신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오죽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1만여명이 속해 있는 거대 조직 ‘해경’을 해체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이는 사고 발생에 따른 대응능력은 둘째손 치더라도 초보적 허수(虛數)조차 가려내지 못한 채 불신만 조장하는 행태를 더는 용납할 수 없다는 박 대통령의 의중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인재(人災)이든, 천재(天災)이든 사고가 발생하면 사후조치는 마땅히 정부의 몫이다. 그런데도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다면 국민은 더 이상 정부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불신은 쌓기 쉬워도 한 번 무너진 신뢰는 다시 쌓기가 매우 어려운 법이다. 앞으로는 미흡한 사후조치로 말미암아 국민에게 불신과 실망을 안기는 ‘오락가락 정부’가 재연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