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퇴직 공무원과 군인에게 지급해야할 연금 부채가 60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금부채 또한 국민의 혈세로 메워야 하는 탓에 우리나라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공무원 노조 반발과 셀프 개혁 논란으로 연금개혁에는 험로가 예고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30일 국회에 제출한 ‘2013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국가회계법’에 따른 발생주의 기준의 국가부채는 2013년 1117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902조1000억원)보다 215조8000억원(24%), 2011년(773조5000억원) 보다 344조4000억원(44%)나 증가한 수치다. 이렇듯 부채가 급증한 것은 공무원·군인연금의 미래 지출액 예상치인 연금충당부채의 급증 때문이다.
국가부채의 구성 내역을 보면 재무제표상 부채의 가장 큰 비중(2013년 기준, 56.7%)을 차지하는 장기충당부채 중 연금충당부채는 596조3000억원에 달했다. 2012년 결산기준(436조9000억원) 보다 36.5%(159조4000억원)나 증가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정부는 지난 2011년부터 공무원과 군인연금에 지급하는 연금충당부채를 국가부채에 합산해 산정해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는 산정방식을 물가상승에 따라 미래에 상승하게 될 보수를 예측해 현재가치로 다시 환산하는 ‘예측급여채무(PBO)’ 방식으로 바꾸면서 연금충당부채가 급증하게 된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산정방식 변화로 회계상 연금충당부채가 큰 폭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이는 국가가 책임져야 할 부채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금충당부채 산정대상이 되는 공무원연금 급여에 소요되는 비용은 공무원과 정부의 보험료(공무원기여금, 정부부담금), 정부 추가부담금 등으로 조달된다. 기여금과 부담금을 초과해 발생하는 연금수지 부족분 또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추가로 부담하도록 돼 있다.
연금충당부채도 결국 정부가 지출해야 하는 금액으로 미래 세대가 떠안아야 할 나라빚이란 얘기다. 지난해 통계청 추계인구 5021만9669명으로 나누면 국민 1인당 1187만원어치의 연금 부채 부담을 지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공무원연금을 포함한 3대 연금제도 개혁은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정부는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지난 2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내놓으면서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3대 직역연금을 ‘더 내고 덜 받는’방향으로 개혁하겠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공무원연금 지급액을 20%가량 줄이고 보험료율을 점진적으로 높여나가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장 공무원 노조가 반대 투쟁에 나섰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등 50여개 공무원 관련 단체는 ‘공적연금 개악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를 구성,“공무원연금을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에서 이미 내부적으로 결정해 놓고 무조건 수용하라는 식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또한 공무원연금의 재정불균형을 연금을 부실하게 운영한 정부의 책임으로 돌리며 방만운영에 대한 사과도 요구하고 있다.
2009년 공무원연금 개혁 당시에도 공무원 노조가 참여해 ‘반쪽짜리 개혁’으로 끝났다는 지적이 일었다. 공무원의 ‘셀프 개혁’만으로는 과거의 연금개혁 실패를 전철을 밟을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공무원연금 개혁은 제3의 민간 전문가들고 구성된 독립기구를 만들거나 국회에서의 논의를 통해 개혁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