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월드컵이 16강 일정을 모두 소화하고 8강 진출팀을 가렸다. 이틀간의 휴식 이후 이제 우승을 향한 8개팀의 진검 승부가 시작된다.
A조부터 H조까지 8개조로 나뉘어 열린 조별라운드와 16강전 8경기 등 브라질월드컵은 현재까지 총 56경기를 소화했고 총 154골을 쏟아냈다. 조별라운드 48경기에서 136골 그리고 16강전 8경기에서 18골이 터졌다. 조별라운드에서 경기당 평균 2.83골이 나온 반면 16강전에서는 경기당 평균 2.25골이 나와 수치가 조금 줄었다. 토너먼트에 접어들면서 전력차가 큰 팀들간의 대결이 줄어들면서 평균 득점수가 줄어든 것은 당연하다.
이번 월드컵은 몇 가지 재미있는 점들이 있다. 골키퍼들의 맹활약이 유난히 돋보이는데다 감독의 용술이 잘 맞아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 중 용병술이란 교체된 선수들의 득점이 많은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럼 실제로 지금까지 진행된 56경기에서 실제로 교체 투입된 선수가 넣은 골은 얼마나 될까. 56경기에서 터진 154골 중 교체 투입된 선수가 넣은 골은 총 29골이다. 연일 방송을 통해 교체 선수들의 활약상이 거론된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 교체 투입된 선수들이 넣은 득점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현재까지의 전체 득점 중 18.83%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중 교체 선수들을 통해 가장 크게 재미를 본 팀은 H조에서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과도 대결했던 벨기에다. 마크 빌모츠 감독이 이끄는 벨기에는 조별운드에서 4골을 기록했고 이 중 3골이 교체 선수에 의해 기록됐다. 미국과의 16강전에서 넣은 2골 중 1골은 역시 교체 선수였던 로멜로 루카쿠가 기록했다.
루이스 반 할 감독이 이끄는 네덜란드 역시 교체 투입한 선수들의 덕을 많이 봤다. 조별라운드에서 기록한 10골 중 3골 그리고 멕시코와의 16강전에서 기록한 2골 중 1골이 교체 선수들을 통해서 나왔다.
여기에 한국과 러시아간의 경기에서 득점을 올린 이근호와 러시아의 알렉산더 케르자코프 등도 모두 교체로 투입된 선수들이었다. 한국 역시 교체 선수 덕을 본 경우인 셈이다.
특히 16강전 독일과 알제리간의 경기는 2-1 독일의 승리로 끝났지만 양팀은 각각 1골씩을 교체 멤버들이 성공시켰고 벨기에와 미국간의 경기 역시 2-1 벨기에의 승리였지만 양팀은 각각 1골씩을 교체 멤버들이 넣었다.
현대축구가 체력을 강조하는 것은 물론 대회가 열리는 브라질의 기온이 높고 습도 역시 높아 체력 소모가 큰 만큼 교체 선수들의 활용은 그 어느 대회 때보다 중요하다. 현재까지 치러진 경기들 중 실제 교체 카드를 통해 얻은 골이 예상보다 그리 많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단순히 득점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의미를 갖는 경우도 많았다.
코트디부아르와 일본간의 조별라운드 경기에서는 0-1로 뒤지던 코트디부아르가 후반 디디에 드록바가 투입되면서 곧바로 경기 흐름을 되찾았고 이후 곧바로 연속골을 성공시키며 2-1로 역전승 한 것은 좋은 예다. 반면 일본은 1-0으로 리드하는 과정에서 하세베 마코토 대신 엔도 야스히토를 투입했지만 이후 주도권을 완전히 내주며 역전패를 당했다.
개최국 브라질 역시 조별라운드 3차전 카메룬과의 경기에서 후반 시작과 함께 중앙 미드필더 파울리뉴 대신 페르난지뉴를 투입해 경기 흐름을 유리하게 가져올 수 있었고 결국 페르난지뉴는 카메룬전에서 팀의 4번째 골까지 성공시켰다. 앞선 두 경기에서 결장했던 페르난지뉴는 16강전 칠레와의 경기에서는 첫 선발 출전에도 성공했다.
8강전과 4강전 등 향후 경기가 진행되면 경기는 더욱 치열해지는 동시에 많은 골보다는 한 골 승부가 나올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선발 출전 선수들 보다는 교체 투입된 선수들이 승부를 가르는 결정적인 한방을 터뜨릴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베스트 11 뿐만 아니라 뒤를 받치는 백업 멤버들의 역량 역시 중요하다. 부상이나 징계 등으로 출전할 수 없는 선수들 역시 늘어나기 때문이다. 어떤 팀이 양질의 백업 멤버들을 보유하고 있느냐는 월드컵 우승을 위한 중요한 요인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