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월드컵이 독일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독일은 연장 후반 터진 마리오 괴체의 결승골로 아르헨티나에 1-0으로 승리하며 사상 네 번째 월드컵 우승을 품에 안았다.
이번 브라질월드컵은 예년에 비해 비교적 많은 득점이 나왔고 3백을 활용한 팀들이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그 어느 월드컵보다 뛰어난 활약을 펼친 골키퍼들이 등장하면서 공격수 못지 않은 주목을 받았다.
독일과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결승전 이후 최고의 골키퍼에게 주어지는 골든글러브는 결국 우승팀 독일의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개막전 이후 결승전까지 총 64경기 중 국제축구연맹(FIFA)이 후원사와 함께 선정하는 경기 최우수선수(MOM)로 골키퍼가 선정된 경기가 무려 12경기에 달했을 정도로 골키퍼들의 활약은 눈부셨다.
조별라운드 브라질과 멕시코간의 경기에서 야신의 재림을 보는 듯 했던 멕시코의 기예르모 오초아 골키퍼는 네덜란드와의 16강전에서도 비록 팀은 패했지만 신들린 듯한 방어 능력을 선보였다. 미국과 독일간의 조별라운드에서 보여준 미국 팀 하워드 골키퍼의 선방도 놀라웠다. 그밖에도 칠레의 클라우디오 브라보, 코스타리카의 케일러 나바스 등은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단숨에 최고의 골키퍼로 떠올랐다. 브라보는 대표팀 일정을 마친 이후 바르셀로나와 입단 계약을 하기도 했다. 한국과 같은 H조에 속했던 알제리의 라이스 음볼리 역시 독일과의 16강전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고 벨기에의 신예 티보 쿠르투아 역시 대회를 빛낸 골키퍼다. 비록 팀은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이탈리아의 베테랑 지안루이지 부폰 역시 선방을 펼쳤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체면을 구긴 골키퍼들도 있다. 스페인의 이케르 카시야스는 네덜란드전에서 무려 5골을 실점했고 이어 칠레전에서도 2골을 내줬다. 호주전에는 출장하지 않아 결국 2경기에서 무려 7골을 내주는 수모를 당했다. 러시아의 골문을 지킨 이고르 아킨페예프 골키퍼는 한국과의 경기에서 이근호의 슛을 막는 과정에서 공을 뒤로 흘려 제대로 망신을 당했다.
골키퍼는 포지션의 한계상 아무리 잘해도 무승부밖에 기록할 수 없다. 하지만 결정적인 상황에서 눈부신 선방을 기록하며 팀의 패배를 막는 골키퍼들이 탄생하면서 승리를 보장하는 배경으로 확실하게 자리잡았다. 특히 독일의 골키퍼 노이어는 '가짜 5번'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수비수 역할까지 완벽하게 맡는 뛰어난 활약을 펼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