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BRICS) 5개국이 서구권 중심의 금융제도에 맞서 자체 개발은행인 신개발은행(NDB)를 설립한 가운데 이 은행이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에게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인도의 뭄바이 대신 상하이가 NDB 본부를 유치하면서 모디는 빈손으로 집에 돌아오게 됐다는 것이다.
정치 컨설팅업체 테네오 인텔리전스의 남아시아 담당 어드바이저인 아디티 파드니스는 “모디 총리가 허를 찔리게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16일(현지시간) CNBC가 보도했다.
지난 15일 중국, 브라질, 러시아,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구성된 브릭스 5개국은 브라질 포르탈레자에서 제6차 정상회의를 열고 NDB 설립을 공식 선언했다. 이들 국가는 각각 100억 달러(약 10조2700억원)씩 출자해 그간 오랫동안 서구권 중심으로만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던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등에 맞설 수 있는 금융기관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공식발표가 있기 전 인도 정부는 인도에 NDB 본부 유치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적극 표시했다. 세계적 금융기관의 본부를 유치함으로써 최근 시들해진 모디 총리에 대한 우호적 여론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 모디의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까지 고조됐다. 하지만 NDB 본부 유치는 실패로 돌아가게 됐다.
이에 대해 테네오는 지난주 모디 새 정부의 예산안에 대한 시장 반응이 미적지근한 터라 이번 회담 결과가 매우 중요했는데 아무 결과도 얻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앞서 인도 정부는 예산안을 통해 막대한 재정 적자를 줄이는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에 대해 글로벌 투자자들을 이해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안 등이 부족해 인도 경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NDB본부 위치는 회원국 간의 국력을 나타내는 것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IMF와 WB의 본부 모두 미국 워싱턴D.C에 있으며 이는 미국의 글로벌 영향력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정부도 이러한 중요성을 간파하고 본부 유치에 열을 올렸다고 CNBC는 지적했다.
파드니스는 “모디 정부가 NDB 본부 유치는 실패했지만 인도 출신 인사가 초대 NDB 총재를 맡기로 하면서 차선책을 마련했다”면서 “이는 정권 초기 발생할 수 있는 정치적 의구심을 진압할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