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이 살아야 경기가 산다④]서용구 한국 유통학회장 “유통업계, 명성관리로 신뢰 쌓아라”

입력 2014-07-22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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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구 한국 유통학회장은 현재 유통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획일적인 규제를 지적했다. 그는 “대표적인 관광상권인 롯데마트 서울역점이 일요일에 문을 닫는 불상사가 생기고 있다”며 “주변에 재래시장이 얼마나 있는지, 타겟 소비자가 지역주민인지 관광객인지 등 상권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규제의 대표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서용구 교수는 “소비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국내 수요가 성장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쇼핑관광 활성화 등 해외 소비자를 공략해, 외수를 내수화하는 전략이 해법”이라고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그는 “16~64세 생산가능인구 수가 2016년부터 2018년 사이에 정점을 찍고 줄어들기 시작하기 때문에 인구통계학적 관점에서는 소비활성화 정책을 펴더라도 장기불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해외 고객 특성을 파악해 그들을 위한 맞춤 서비스를 개발하고, 언어 지원 등 인프라 구축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강제 자체에도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서 교수는 “대형마트 정체나 소비자 편익 저해 문제는 물론이고, 중소상인에게도 혜택이 10~20%밖에 가지 않는 실패한 정책”이라며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물건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소비자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유통 정책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저성장시대로 접어들면서 대형점포의 경우 시장 포화에 따라 지금은 출점하려고 해도 못하는 상황인데, 정책은 여전히 고속성장시대 출점 규제에 집중하는 시차를 보이고 있다”며 “최소한 5년 앞을 내다보는 장기비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 교수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편익을 최우선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라며 “전체를 다 완화하지 않더라도, 도심상권ㆍ골목상권ㆍ관광상권 등 상권 특성에 맞게 규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해법을 냈다. 또 “유통산업 정책은 대기업에게는 내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해외진출을 독려해야 하고, 중소 소상공인은 꾸준히 혁신하는 것을 도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통업종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유통업종에는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 15%가 종사하고 있지만 GDP 비중은 6.5%에 불과하다”며 “자영업종 비효율이 없어지면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봤다. 다만 “국내시장 패러다임이 저성장경제로 선회했기 때문에 내수시장 성장률은 국내 경제성장률 평균과 비슷할 수밖에 없다”며 “유통업 안에서도 소매산업별로 희비쌍곡선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선 편의점과 TV홈쇼핑을 포함한 온라인쇼핑 업계는 ‘솔로모(SoLoMo)’ 소비자 덕에 스마트소비 특수를 당분간 누릴 것으로 봤다. 미국 벤처 투자가 존 도어가 소셜ㆍ로컬ㆍ모바일 첫 글자를 따 이름붙인 ‘솔로모’는 최근 몇 년간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3가지 트렌드로 꼽히는 개념이다.

서 교수는 반면 “대형마트나 백화점은 3인 이상 가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인구통계학적 변화에 따라 불리한 환경”이라며 장기적인 상생모델 개발 필요성을 제안했다. 서용구 교수는 “지역 커뮤니티와 대형점포가 ‘리빙 투게더’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며 “대형점포가 지역 커뮤니티 센터가 되고, 지역주민들은 매장에서 매일 삶의 즐거움을 만드는 모델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학회는 구체적인 모델을 10월 20일 유통인의 날에 발표할 예정이다.

서용구 교수는 ‘명성관리’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롯데ㆍ신세계 등 유통대기업들은 글로벌 100위 안에 포함돼 있을 만큼 큰 규모가 됐지만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에서 명성관리가 아직 안 돼 있다”며 “산업군이 명성을 얻기 위해서는 유통업계 종사자들이 신뢰를 통한 사회자본을 구축할 수 있도록 명성을 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종업원ㆍ거래업체ㆍ고객 3가지 전선에서 모두 신뢰가 쌓여 사회적 자본이 구축될 때 우리나라 유통산업도 조선이나 반도체처럼 세계 최고가 될 것”이라며 “단순히 갑을논란을 피하기 위한 수준이 아니라 장기적인 견지에서 사회적 책임을 고민하고 신뢰를 만들어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1964년 제주 출생 ▲1986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1996년 영국 옥스포드대학 경영학 박사 ▲1997년 산업연구원 유통산업 담당 수석연구원 ▲1999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 전문위원 ▲2000년~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2008년 중소기업진흥공단 글로벌 마케팅 브랜드 평가위원 ▲2009년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 자문위원 ▲2012년 한국상품학회 부회장 ▲2014년 한국유통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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